“징벌적 등록금제는 폐지하겠지만 사퇴할 생각은 없다.”
거취 문제가 학내외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서 총장은 “지금까지 학사 운영이 전체적으로는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칠 부분은 고칠 것”이라며 “학생들을 위한 정신상담을 강화하고 ‘100% 영어수업’도 완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오명 KAIST 이사장도 “15일 이사회 안건에 서 총장 거취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총장의 입지는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이날 서 총장에게 요구할 ‘새로운 리더십’의 요구사항을 확정하기 위한 찬반투표를 13일 정오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500여명 교수 중 투표 참여인원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교수협은 서 총장에게 혁신비상위 구성을 요구한 뒤 14일 정오까지 수락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청할 계획이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서 총장이 요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사퇴 촉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쇄자살 15년 전과 판박이
한편 KAIST 학생과 교수의 연쇄 자살이 15년 전인 90년대 중반 상황과 판박이처럼 똑같아 주목받고 있다.
1995년 8월 박사과정 4년차 학생이 학위시험 부진 등을 고민하다 목 매 숨졌고 1996년 3월에는 만 15세의 나이로 KAIST에 최연소 입학, 화제를 모았던 3학년 휴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달 뒤에는 석사과정 학생이 학과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수업에 1주일간이나 불참하는 등 힘겨워하다가 기숙사에서 옷장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1995년 8월부터 1년여 동안 4명의 KAIST 학부생 및 대학원생이 자살했다. 이어 1997년 3월에는 자신의 실력을 비관해온 교수가 목숨을 끊어 충격을 더했다.
KAIST 한 관계자는 “과거에 학생들을 억눌렀던 것은 엄격한 학사경고 등이었는데 해마다 전체 학생의 20% 가까이가 학사경고를 받았고 학사경고 3회 누적이면 제적처리 됐었다”며 “이런 부담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학교측이 마련한 대책이 과거부터 계속 헛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