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지훈이 난생 처음 파르라니 짧게 깎은 머리칼로 노래를 부르며 다가왔다.
MBC 창사 50주년 기념 뮤지컬 ‘원효’의 연습이 한창인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난 그는 외관부터 신라의 고승 원효 역에 깊이 몰입해 있음을 느끼게 했다. 다른 활동에 제약이 있을까봐 처음엔 가발을 쓰려 했지만, 관객들과 진실하게 만나고 싶어 잘랐다는 설명이다. 또 원빈이나 김정은처럼 삭발을 하면 잘될 것 같은 믿음도 작용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스님으로 변신했다. 이를 위해 불교방송을 보며 스님의 걸음걸이를 참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공주 요석(선우)과 사랑에 빠져 파계까지 치닫는 인간적인 면모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20대 중반 시절 종교가 달라 여자친구와 헤어져야 했던 실제 사랑 경험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데뷔 후 줄곧 ‘꽃미남’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남성답거나 악한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며 점차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처음엔 스스로도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으나, 지난해 뮤지컬 ‘쓰릴미’를 계기로 한층 성장했다.
“‘왜 하늘은’으로 데뷔했을 때 재능에 비해 큰 사랑을 받았어요. 모자란 측면을 대중에게 들키면서 앨범도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렸죠. 지금은 그때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어요. 인기는 덜할지 몰라도 무대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지금 삶에 만족해요.”
일 욕심이 많아 벌써부터 하반기 일정도 빼곡히 채워 넣고 있다. ‘원효’ 공연이 한 번 더 예정돼 있고, 현재 방영 중인 KBS1 ‘근초고왕’에 이어 드라마 활동도 계속할 생각이다. 또 ‘절친’ 강타·신혜성과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S의 두 번째 음반 발매도 논의 중이다. 연애는 그 다음이라는 이지훈에게서 성숙함이 묻어난다.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우리금융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