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의 일부 도서가 프랑스에 약탈당한 지 145년 만에 14일 국내로 돌아왔다. 하지만 약탈 도서의 정식 환수가 아닌 대여 형식이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월까지 전량 귀환= 이날 돌아온 1차 반환분은 유일본 8권 등 75권이다. 총 297권 중 먼저 돌려받은 1권을 뺀 나머지 221권은 5월 말까지 3차례에 걸쳐 돌아온다.

도서는 5개 유물 상자에 담긴 채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오후 1시49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을 떠난 지 10시간40분 만이었다. 도서는 20여 분간 하역 작업을 거쳐 무진동 특수차량 편으로 4시5분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제적 관례상 이번 반환은 분명히 실질적인 환수”라며 “7월 19일부터 2개월간 특별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년 협상의 결실=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당했다. 이후 1978년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가 존재를 확인했고, 91년 서울대가 반환을 공식 요구해 20년 만에 돌아왔다.

이 중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은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93년 방한 때 반환됐다. 양국은 당시 프랑스 고속철의 국내 도입을 조건으로 도서 반환에 합의했으나 프랑스 내 반발로 이행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에야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5년 단위의 갱신이 가능한 대여’ 방식으로 절충했다.

◆환수 아닌 대여= 문제는 이를 정부 주장처럼 ‘실질적 환수’로 볼 수 있느냐다.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특위에 따르면 합의 내용은 우리 측에 매우 불리하다.

합의문 제10조에는 “합의는 5년 단위 기간으로 갱신된다”고 했을 뿐 갱신 연장을 보증하는 어떤 표현도 없다. 제5조는 “대여 도서를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제4조는 “협상은 어떤 다른 상황에도 원용될 수 없다”며 다른 약탈문화재 환수의 선례로 적용할 수 없게 막았다.

◆굴욕 협상 논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이는 제2의 치욕적 병인양요”라고 한탄했다.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굴욕적 합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마저 “다른 문화재의 반환 요구를 더 할 수 없도록 합의돼 안타깝다”는 논평을 냈다.

네티즌들은 “환수라더니 5년씩 비자 갱신 받아야 하는 신세냐” 등 비판론과 “어쨌든 우리 품에 와있다는 게 중요하다” 등 옹호론으로 의견이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