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따른 자살로 촉발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서남표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감정 대립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데다 사태 해결을 위해 모인 혁신비상위원회의 캐스팅 보트를 학생대표가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총장 측과 교수협 측의 신경전도 팽팽해지고 있다.
KAIST 학부총학생회는 지난 13일 비상학생총회에서 의결한 요구안에 대해 서 총장이 “요구한 사항들은 혁신비상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e-메일로 보내왔다고 17일 밝혔다. 이어 “학우들의 총의가 모인 비상총회에서 결정된 안이고 어느 정도는 서 총장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혁신위로 책임을 돌리는 것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총학은 정책 결정 과정에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 보장, 재수강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학사경고 1학년 학생 학업 지원, 서 총장 개혁에 대한 평가 실시 등을 요구키로 의결했다.
혁신위를 둘러싼 기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총장 지명 5명, 교수협의회 추천 평교수 대표 5명, 학생 대표 3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18∼19일 첫 회의를 갖고 3개월(필요 시 1개월 연장)간의 활동에 돌입한다. 혁신위는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투표도 실시되는데 이때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아니라 과반수로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민감한 사안에 있어 총장 측과 교수협 측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학생 대표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도출되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서 총장은 지난 13일 사상 첫 비상학생총회가 끝난 뒤 학생들 앞에 나타나 “내 자식들 다음으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등 학생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교수협이 “학생들 관련 안건은 우리가 잘 얘기해주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혁신위가 사태 해결을 위한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인권위 ‘징벌적 등록금’ 조사 착수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록금을 부과하는 KAIST의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