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휘성(29)이
자신을 이끌어온 단단한 자존심과
완벽주의 성향을 깨고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여느 때보다 편하게 불렀다는
새 싱글 ‘가슴 시린 이야기’처럼
음악 인생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완벽주의’ 욕심 버리기
그는 요즘 “부드러워졌다” “감정에 솔직해졌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다. 트위터에 방사능 비와 관련한 거침없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계정을 삭제했다. 그리고 방송에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가 확대돼 무서웠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또 5집 ‘사랑은 맛있다’로 활동하던 당시 극심한 슬럼프로 고통을 겪었던 일도 털어놨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고 굿까지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첫 방송부터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자신의 빈틈이 노출되는 것에 극도로 날을 세우던 휘성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것저것 많이 포기했어요. 저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어요. 노래, 춤, 연기, 작사, 작곡까지 모두 완벽하고 싶었었죠. 놀지 않고 남보다 부지런히 하면 될 줄 알았고요. 그런데 하나라도 잘하기가 힘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자신의 20대를 “많은 일을 이루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숱하게 경험만 한 시기”라고 뒤돌아봤다. 그는 “이루려다 보니 조급했고, 이제는 지구력 있게 꾸준하고 깊게 목표에 다가가겠다”며 “그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가슴 시린 이야기’ 역시 이런 마음가짐에서 나온 노래다. 직접 노랫말을 쓰고, 오랜 단짝인 김도훈이 작곡했다. 노래에 여유가 묻어난다는 평을 듣는다.
“부담스러운 면은 많이 빼고 편하게 불렀어요. 요상한 애드리브도 한 번 해 봐서 느낌이 안 좋으면 포기해 버리고 잘되는 부분만 넣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죽어라 될 때까지 매달렸겠죠. 매달리고 나를 괴롭히는 게 의미가 없더라고요.”
발표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남자 솔로가수 열풍을 이끌었다. 또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는 4년 만에 가요 프로그램 1위도 맛봤다.
“욕심을 버렸어도 1등은 언제 해도 좋은 것 같아요. 80세가 돼서도 1등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가수’ 시청자로도 행복
노래 고수들의 경연장인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출연 후보로 늘 거론된다. 그러나 그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그분들을 보면 가창력이 좋고 나쁘다는 개념을 넘어 우주에서 떨어진 사람들 같아요. 제 눈에는 경이롭게만 보이죠. 임재범 선배님도 늘 존경하는 분이고요. 친분이 없는데도 먼저 전화를 주셔서 ‘보고싶구나’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저 그런 선배님의 칭찬 한마디가 영광일 뿐이에요.”
음악에 대한 욕심과 부담을 떨쳐낸 그는 작사가로서는 나날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간다. 자신의 노래는 물론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양파의 신곡 ‘아파 아이야’도 그가 작사한 곡이다.
“제가 좋은 작사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저 열심히 하는 작사가겠죠. 윤사라·강은경씨처럼 존경하는 프로 작사가가 되려면 가수는 포기해야죠. 그런데 무대 위에서 박수 받는 게 좋아서 이걸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디자인/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