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에서 가장 ‘핫’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네오위즈게임즈다. 축구 게임‘피파온라인2’, 야구 게임 ‘슬러거’, 총싸움게임 ‘크로스파이어’ 등을 퍼블리싱하는 국내 온라인 게임 기업이다.
지난해 426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 부문에서 넥슨, 엔씨소프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부동의 빅3로 분류됐던 NHN 한게임의 자리를 빼앗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초 3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5만2300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윤상규(40) 대표를 경기 분당 구미동 네오위즈게임즈 본사에서 최근 만났다.
윤 대표는 지난 1월 CEO로 발탁됐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 확실시됐던 당시 더 나은 성과를 내라는 무언의 압력이 그를 압박했을 터. ‘커리어 하이’를 막 찍은, 그것도 남의 게임을 내다파는 회사를 맡은 자의 심정은 어떨까.
“네오위즈게임즈가 잘 해왔던 것들을 꾸준히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제 일 아닐까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게임을 선별해 시장에 잘 파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장점을 배가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명투수 뒤에는 훌륭한 코치가 있는 것처럼 탁월한 퍼블리싱 능력은 뛰어난 제작 능력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 게임 업체 CEO는 대부분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다. 그런데 윤 대표는 드물게 비명문대(국민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스펙’을 가지고 있다. 윤 대표가 한국 IT기업을 대표하는 이곳의 CEO가 됐다고 했을 때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귀를 쫑긋하게 세웠던 이유다. 그의 성공 비결은 ‘때가 오면 움직인다’로 요약할 수 있다.
“운이 좋았습니다. 때를 잘 만나 태어났다고나 할까요? 대학 졸업할 무렵 인터넷이 처음 들어왔는데 이를 접하면서 관련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성균 현 네오위즈 대표와 손을 잡고 회사를 세웠고 이때부터 재무, 인사, 전략,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흔히 말하는 ‘1만 시간’의 연습을 이때 한거죠.”
그는 “반바지를 입고도 출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열린 기업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소수가 옳다고 하는 길도 검토하는 문화가 네오위즈게임즈에 있는 이유다.
윤 대표는 셧다운제(자정이 넘으면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로 대표되는 국내 게임 환경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이다. 미성년자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면 어느 정도 제한이 불가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수출 효자 종목이 된 게임을 산업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개천에서 가재잡고 놀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에서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게임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 같아 아쉽네요. 피할 수 없다면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우리의 달러 박스로 육성하는 게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것’ 아닐까요.”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