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고객정보 해킹 사건의 국내 주범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번 사건을 국내에서 지휘한 허모(40)씨를 붙잡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유모(39)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12월 말 7∼8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모(36·미검)씨를 필리핀에서 만난 자리에서 ‘유명 해커가 있는데 2000만원을 주고 유명 회사 개인정보를 해킹해 협박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돈을 건네주는 등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범행 모의 사실을 알면서도 허씨의 현금 인출 등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허씨는 지난달 말 정씨가 언급한 해커 신모(37·미검)씨에게 돈을 지급하려고 조모(47·미검)씨에게서 2000만원을 빌려 정씨에게 건넸다.

현대캐피탈이 입금한 1억원을 국내에서 찾은 이들은 허씨와 조씨, 중국 동포로 파악된 조씨의 애인 등 3명이다. 해킹을 주도한 유력 용의자 신씨는 과거 포털사이트 다음과 국내 대형 통신업체 홈페이지에 침입하는 등 여러 해킹 범죄를 저질렀으며 2007년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허씨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4차례 필리핀으로 출국해 비교적 장기간 머무른 점으로 볼 때 이 기간에 범행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현대캐피탈 내부 직원이 해킹에 연루됐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퇴사 직원 김모(36)씨가 경쟁업체로 이직한 뒤 전산 개발을 맡아 일하면서 현대캐피탈 내부 시스템에 무단 침입하는 등 정보를 빼낸 사실을 밝혀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이번 사건과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의 연관성도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