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MBC ‘위대한 탄생’을 보면서 조금 실망했다. 가요는 기가 막히게 부르던 도전자들이 팝송 부르기 과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곡 가운데 한곡씩 선택한 이들은 원곡의 ‘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흉내내는데 급급했다. 셰인이나 데이비드 오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몇몇마저도 낯설어하는 표정이 엿보였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은 또 있다. 몇 주전 한 영화 주간지가 올해 전국 대학의 연극영화학과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 조사 결과에서였다.
학생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국내 감독으로 봉준호와 박찬욱을, 외국 감독으로 크리스토퍼 놀란과 스티븐 스필버그를 각각 꼽았다. 물론 거론된 감독들이 그만한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영화학도들의 응답치고는 지나치게 무난하고 평이해 적잖이 안타까웠다.
두 가지 사례의 공통 분모를 뽑는다면 클래식에 대한 무관심 혹은 이해 부족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들 한국 가요의 르네상스를 1990년대라고 말한다. 발라드 댄스 록 등 거의 모든 장르가 대중적으로 두루 사랑받았고, 완성도높은 곡들이 줄기차게 발표됐던 시기다.
그 배경에는 팝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가 미친 영향이 무척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음악인들이 이 시절의 명곡들을 따라 부르고 흉내내며 차곡차곡 쌓은 기본기가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그냥 성장한 게 아니다. 학창시절 수없이 많은 고전 명작들을 관람하며 알게 모르게 연출 작법을 축적했고, 장점만을 골라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 철학으로 버무린 덕분이다.
다소 고리타분한 얘기같지만, ‘온고지신’은 만고불변의 진리인듯 싶다. 옛 것에서 새로움을 찾고, 과거로부터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다는 선인들의 말씀은 지금 우리 연예계에도 통용될 만한 원칙이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