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될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서양인들이 득세하는 세계 발레 무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두각을 드러낸 중국인 발레리노 리춘신(50)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린다. 지금은 발레를 그만두고 증권사 간부로 변신해 호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실제 주인공 리춘신은 e-메일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발레리노로 활동할 당시에도 자선전을 영화화하자는 제의가 많았다.
1981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망명하고 나서 동명의 자서전을 발간한 뒤 할리우드로부터 3차례나 제의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아내가 “결국은 영화화될 바에는 차라리 당신이 감독과 프로듀서, 각본가를 고를 수 있을 때 도전하라”고 권유했다. 브루스 베레스포드(‘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처럼 진실하고 섬세한 감독이라면 내 진짜 이야기를 잘 반영할 수 있을 것같아 수락했다.
- 캐스팅까지 발벗고 나섰다.
제작진이 영화속 나를 연기한 영국 버밍햄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츠차오를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그의 부모님은 내가 베이징 무용학교에 있었을 때 선생님들이었다. 직접 영국까지 찾아가서 만난 츠차오는 훌륭한 무용수일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다. 나는 그가 영화에서 나를 표현한 것에 무척 만족한다.
- 미국내 5대 발레단 가운데 하나인 휴스턴 발레단에 입단하기 전 처음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가 궁금하다.
평발이란 신체적 한계를 딛고 중국 산둥성의 빈농 가정에서 성장할 당시의 마오쩌뚱 체제에서는 자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를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미국에 간 게 내가 18세때인데, 사실상 영어를 하나도 몰라 언어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이었다.
- 자서전의 제목에 이름을 넣지 않은 이유는?
제목에 세 가지 요소를 녹여내고 싶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중국 역사의 특정 시기와 정치 체제를 상징하려 했고, 세 번째는 댄서란 걸 드러내고 싶었다. 나는 마오의 마지막 세대였다. 정치적으로 교육 받았던 모습, 정치적 상황에서 어떻게 선택되고 훈련됐으며, 사상을 세뇌당하며 살았는지에 관한 부분은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알려야만 했다.
- 이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 금지당한 사실을 알고 놀랐을 것같다.
아니, 전혀 놀라지 않았다. 중국이 마오의 사망 이후 발전했을지라도 자유는 여전히 제한돼 있고 영화 상영에 관한 법은 여전히 엄격하다.
- 예상을 뛰어넘고 증권사 직원으로 전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여섯 형제의 삶을 더 낫게 해주고 싶었다. 중국에 있는 가족을 도우면서 나의 아름다운 자녀 3명을 부양하기 위해서였다. 이직을 위해 많이 노력했고,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실을 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 한국의 팬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면 삶은 성공적으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