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전기소비량은 2000년 5704㎾h에서 지난해 9493㎾h로 40% 가까이 급증했다. 2020년에는 1만1800㎾h, 2030년에는 1만3510㎾h로 증가할 것이라고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생산량의 31.4%가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내세우는 근거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21기가 운영 중인 원전을 2024년까지 34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30년에는 전기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59%가 원전에서 만들어진다. 원자력에너지 없이는 일상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는 셈이다.
◆소득 대비 전기사용량 1위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핵발전 비중이 너무 높아 에너지정책 전반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처럼 ‘탈핵 정책’을 수립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다.
25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될 ‘탈핵 한국을 위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모색한다’ 토론회에 앞서 입수한 발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가운데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0.8%에서 2008년 18.1%로 늘었다. 지난해 발전량 기준으로 석탄(41.9%), 원자력(31.4%), LNG(21.8%), 석유(3.2%) 순으로 많이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소득 대비 전기사용량이 최고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8271㎾h로 프랑스(7014㎾h), 독일(6630㎾h), 이탈리아(5252㎾h)는 물론 가까운 일본(7548㎾h)보다 앞선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증가를 대비해 전력 생산량을 높여야하고 이를 위해선 원전 확대밖에 방법이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측은 공급지향적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만 전망하고 이를 충족할 에너지 공급 방안을 모색하다 보니 정작 사회적 에너지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원전 확대의 주요 논거로 사용되는 경제성이 과도평가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떤 국가도 사용 후 핵연료를 처분해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처리비용의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사태처럼 자연재난이나 테러에 의한 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도 남는다.
무엇보다 사고 위험에 대한 근본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발전량 비중에 있어 한국은 프랑스·우크라이나·스웨덴에 이어 4위지만, 국토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밀집도(㎾/㎢)는 이미 2008년 기준으로 1위(182.8)다. 일본(127.2), 프랑스(115.2), 독일(56.0)을 압도한다. 좁은 땅덩어리에 원전 비중이 너무 커서 사고가 나게 되면 최악의 피해를 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서둘러 탈핵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 늦어지면 에너지 전환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원전 포기 쉽지 않은 과제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포기를 선언했거나 추진 중인 나라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실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나라는 독일, 스웨덴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원전 의존을 탈피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이필렬 방송대 교수는 “유럽 각국의 사례를 종합해 봤을 때 원자력 포기는 전기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수준이 유지하면서 재생가능 전기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전포기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윤 교수는 “정부가 지역과 시민단체 의견이 대변될 수 있는 에너지 거버너스 구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