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록의 강자 푸 파이터스가 4년 만에 돌아온다.

이들은 커트 코베인의 죽음으로 공중분해된 얼터너티브 록의 ‘신화’ 너바나에서 드럼을 맡았던 데이브 그롤이 1995년 결성한 밴드로, 최근 출시한 새 앨범 ‘웨이스팅 라이트’에서 너바나로부터 이어받은 색채를 더욱 진하게 내세우고 있다. 너바나의 명작 ‘네버마인드’ 제작을 진두 지휘했던 프로듀서 부치 빅과 무려 20년 만에 다시 만나 힘을 합쳤기 때문.

수록곡 모두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복고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거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1번 트랙곡 ‘브리지 버닝’을 시작으로, 귀에 쏙쏙 박히는 선율의 ‘디스 데이스’와 ‘백 앤 포스’, 심장 박동을 자극하는 드럼 연주가 일품인 ‘로프’ 등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초심을 되새기는 자세가 엿보인다.

이번 음반은 제작 방식도 예전을 따랐다. 최첨단 시설의 스튜디오가 아닌 리더 그롤이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택 차고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곡을 녹음해 화제다. 녹음 당시 그롤은 “만약 컴퓨터를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해고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연주와 보컬 모두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날것 그대로의 ‘록 스피릿’을 내뿜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성준기자 w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