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이 영화의 목적은 기존의 수퍼 히어로물에 셰익스피어극의 장중한 분위기를 더하는데 있었다.
제작진이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들을 제쳐두고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무대와 스크린으로 자주 옮겼던 영국의 배우 겸 연출가 케네스 브래너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용맹스럽지만 좌충우돌하는 성격의 주인공이 갖은 중상모략을 이겨내고 왕좌를 차지한다는 설정은 고전극에서 흔히 봐 오던 설정이다. 28일 개봉되는 ‘토르 : 천둥의 신’(이하 ‘토르’)이다.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에서 후계자로 인정받는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는 힘의 원천인 해머 묠니르를 앞세워 천둥을 다스린다. 그러나 다소 혈기방장한 품성탓에 신들의 전쟁을 일으키고, 아버지 오딘(앤서니 홉킨스)으로부터 추방당해 지구로 쫓겨난다.
지구에 온 토르는 천체 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먼)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인간들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모든 음모를 꾸민 토르의 동생 로키(톰 히들스톤)는 숙적 요툰하임과 손잡고 오딘과 형을 제거하려 칼을 빼든다.
로키의 명을 받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지구에 온 괴물 디스트로이어에 맞서 토르는 한판 대결을 선언하지만, 그의 손에는 묠니르가 없다.
누명을 뒤집어쓰고 왕가에서 버림받은 로열 패밀리가 저잣거리에서 행복을 느끼고 보잘 것없는 평민들과 가까워지만, 왕이 될 운명을 두고 고민한다는 줄거리는 ‘토르’가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북유럽 신화와 왕실극에 뿌리를 두고 거미 인간(‘스파이더맨’)과 박쥐 가면(‘배트맨’), 천재 억만장자(‘아이언맨’)가 갖추지 못했던 품격과 우아한 느낌을 전하려 애쓴다.
아쉽게도 이같은 의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다.
등장인물들의 문어체 대사와 홉킨스와 히들스톤 등 일부 출연진의 무게감 넘치는 연기는 고전극의 유장한 색채를 덧입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컴퓨터그래픽과 긴장감이 부족한 액션 장면은 마무리가 덜 된‘이종교배’다.
주역을 꿰찬 새내기 연기자 크리스 햄스워스는 찬반 양론이 분분할 것같다. 긴 금발에 억센 체구가 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천상의 후계자라기보다는, 미국의 전형적인 백인 하층민처럼 보여서다. 물론 우리와 피가 다르다고 해서 꼭 기품있고 잘생길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