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이 웅장한 무빙 스테이지를 끌고
다시 전국을 누빈다. 지난해 환갑을 맞아
음악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었던 조용필(61)은
다음달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2년만에 전국투어를 재개한다.
해가 더할수록 무대 장치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활활 불타오른다.
“돈 좀 들였습니다”
올해 공연의 핵심은 무빙 스테이지다. 지난해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서 최초로 공개했던 무대를 더욱 발전시켜 전국 공연장으로 옮겨 간다. 본인과 밴드 위대한 탄생 멤버 모두가 올라선 무대가 2개로 분리·합체하며 공연장 곳곳을 수평과 수직으로 오가는 첨단 장비다.
한 치의 오차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따르는 만큼 체조경기장을 공연 전 8일간 대관해 리허설을 거듭한다. 그에 앞서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 내에 별도의 리허설 공연장을 마련해 열흘간 사전 테스트도 진행한다.
27일 여주 연습현장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는 일본에서 빌려 썼는데 왜 서울에서 한 번만 하고 끝내느냐는 팬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제작을 하게 됐다. 재료를 알루미늄으로 바꿔 3t까지 무대에 실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빙 스테이지는 공연 후 다시 분해해 5t 트럭 7대에 나눠 실어 전국 공연장으로 공수된다. 막대한 비용에 관심이 쏠렸지만 제작비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많이 든다고만 알아 주세요.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 그런 것 따지겠습니까. 제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상관없죠. 그런데 이걸 만들어 놓고 보니까 더 욕심이 생기네요.”
무대는 왜 고정돼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작업을 시작한 그는 “내후년이면 45주년이 되는데 일곱 번의 올림픽주경기장 공연 때와는 또 다른 멋진 무대를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어요.”
전국투어는 서울공연에 이어 다음달 의정부, 청주, 창원을 거쳐 9월 경주, 10월 성남, 11월 일산과 부산, 12월 대구에서 펼쳐진다.
이번 투어의 타이틀은 1997년 발표한 16집 수록곡 제목에서 따온 ‘바람의 노래’다.
“그동안 제가 공연 타이틀을 지어 왔는데 이번에는 스태프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어요. 나이 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 노래 가사처럼 지금 제 나이에 맞다고 생각했나 봐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많은 후배들보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가수가 오래 활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개 정도의 악기는 다루며 작곡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히트곡만 있다고 공연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야 되고 결국은 자신이 노력해서 그 프로듀서도 뛰어넘어야 무대를 발전시킬 수 있죠.”
체력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다. 80년대 후반에 조금 안 좋았던 것 말고는 지금까지 전혀 아픈 적이 없고 무대에서 힘든 적도 없다”고 자신했다.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 같아요. 나이 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중요하죠.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고, 더 좋은 무대를 하고 싶고, 조용필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시기도 기다려야죠.”
“음정이 맞아야 가수”
MBC ‘나는 가수다’로 인해 가창력 좋은 가수가 부각되는 최근 경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수들이 나와서 경쟁한다는 것은 애매모호한 개념이고 창법·음색·매력이 다른 목소리를 평가하기란 굉장히 어렵죠. 그러나 분명한 건 가수는 음정을 제대로 지켜야 해요. 아무튼 저보고 나오라고 하면 못 나갈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안 될 거니까요. 이런 프로그램을 좋다, 안 좋다 말할 처지는 못 되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점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