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의 공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BMW, 벤츠, 아우디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국내 부유층을 상대로 업계 3위인 르노삼성차의 판매액을 위협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독일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이 중산층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써 독일차 브랜드는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확보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면 순차적으로 유럽산 자동차 가격이 인하돼 가격 경쟁력까지 커진다.
이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수입차 VS 국산차’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상품성이 뛰어난 차 VS 상품성이 떨어지는 차’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2일 출시한 준중형 세단 ‘제타’는 독일차 대중화의 첨병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이 회사의 해치백 ‘골프’가 3000대가 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통 세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국내에 상륙한 ‘제타’는 폭스바겐의 기본기를 그대로 드러낸 세단으로 다양한 옵션을 갖췄음에도 1.6 블루모션 모델 기준으로 가격이 3190만원이다. 이는 국내 풀옵션 중형차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사실상 누구나 독일산 자동차를 큰 부담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쏘나타’ ‘K5’로 대변되는 국산 중형차는 매년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제타’는 유지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공인 연비가 22.2km/ℓ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 등록된 차량 중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