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호정은 ‘취화선’ 이후 약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영화 ‘써니’에서 연기한 나미와 다른 듯 닮아 있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 25년 전 고교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나미를 연기한 그는 “나미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회상에 잠겼다.
# 불량 소녀도 언젠간 엄마 되죠
‘써니’는 1980년대 빛나는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잃어버린 자신과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 어리바리 모범생에서 칠공주의 마지막 멤버가 된 어린 나미는 심은경이, 평범한 삶에 2% 부족함을 느끼고 옛 친구들을 찾는 성인 나미는 유호정이 연기한다.
“실제의 저는 일이 있는 여자라 나미처럼 정체성을 잃어버릴 일은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일이 없을 때는 평범한 엄마고 주부예요. 친구들도 저를 ‘태연 엄마, 예빈 엄마’라고 부르지 ‘호정아’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공감이 가요.”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보는 이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잘할 수 있는 역이라 생각했기에 놓치기 싫었다. 또 감독이 나미 역으로 그만을 원했기에 약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결심했다.
# 80년대 학창시절 생각나요
영화는 이제는 톱 배우가 된 그를 추억 속으로 젖어들게 했다. 학창 시절 공부하며 이어폰을 끼고 들었던 80년대 음악을 다시 떠올렸고, 그의 모습들이 하나씩 녹아있는 칠공주 캐릭터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결국 나미처럼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을 벌였다. 얼마 전 열린 영화 시사회에 고교 친구들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20년 가까이 우정을 쌓은 친구 최지우·윤유선·오연수도 함께했다.
“학창 시절엔 모범생도 문제아도 아닌 조용한 아이였어요. 그런 제가 연기를 한다고 했으니 친구들이 다들 놀랐죠.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와 달리 평상시에는 소극적이에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무대 인사 같은 자리는 아직도 어색하죠.”
# 시사회 본 남편 반응 “굿!”
91년 MBC 드라마 ‘고개 숙인 남자’로 데뷔해 올해 22년 차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대 여배우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책임감도 커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부끄럽지 않다.
“영화 시사회를 본 남편의 ‘잘했다’는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저는 평소 연기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보라고 권유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보라고 말하고 있죠. 관객들이 옛 추억도 떠올리고 자신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배우로서 목표를 묻자 언제까지나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놨다. 그러나 이어진 90%를 채울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지금 숙제이자 목표라는 말은 다음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