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공황이 휘몰아친 1930년대 미국.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 명문대 수의학과 학생 제이콥(로버트 패틴슨)은 생계를 위해 무작정 유랑 서커스단의 열차를 잡아탄다.
동물 치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인정받아 서커스단의 수의사 겸 막일꾼으로 취직한 그는 단장 어거스트(크리스토퍼 왈츠)의 아내이자 간판스타인 말레나(리즈 위더스푼)에게 연정을 느낀다.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품은 말레나 역시 제이콥으로 활기를 되찾고, 둘은 우정으로 시작해 서서히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들을 의심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어거스트는 갈수록 난폭해지고, 학대에 시달리던 단원들은 반기를 든다.
4일 개봉되는 ‘워터 포 엘리펀트’는 잔잔한 드라마의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난세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인한 의지로 똘똘 뭉친 연하의 남자와 언제나 탈출을 꿈꾸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연상의 여자가 어려움을 딛고 이뤄내는 로맨스는 이제까지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비교적 낯익은 줄거리다. 그러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은 눈물샘 자극과 더불어 깊은 감동까지 자아낸다.
특히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얼굴을 알린 로버트 패틴슨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 하이틴 스타를 반드시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듯 마음먹고 진지한 성인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잘 소화해낸다. 리즈 위더스푼과 크리스토퍼 왈츠 역시 그를 도와 명연기를 펼친다.
묵시론적 SF ‘나는 전설이다’와 ‘콘스탄틴’으로 친숙한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코끼리와 사자 등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사로 담아내면서 볼 거리의 사실감을 살렸다.
참고로 제목에 삽입된 코끼리의 역할을 눈여겨보자. 웬만한 인간 못지않은 맹활약을 선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