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객들은 웬만한 영상과 이야기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근래 블록버스터들은 더 강한 액션과 복잡한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특히 SF 액션은 최근 몇 년간 창조적인 ‘자기 복제’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이 중 4일 개봉된 ‘소스 코드’는 특히 소재의 진화를 대표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를 몰던 콜터(제이크 질렌할) 대위는 시카고 열차 테러사건으로 희생된 한 남자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폭파사건의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 열차 안에 있던 범인이 6시간 후 다른 대형 테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내는 만만치 않다. 타인의 정신으로 들어간다는 전제는 ‘아바타’와 ‘인셉션’을 닮았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사랑의 블랙홀’ 혹은 20분이 반복되는 ‘롤라 런’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소스 코드’는 ‘죽은 사람의 과거 기억’이라는 시공간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구축한다. 희생자의 죽기 8분전 기억으로 몇 번이고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인데, 이걸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이 바로 ‘소스 코드’다.
영화는 시카고행 기차에서 8분간 벌이는 롤 플레잉 게임 같다. 관객은 콜터 대위의 시점으로 기차 안의 주변 인물과 상황을 분석해 범인을 찾아야 한다.
기차가 폭파되는 8분 내에 찾지 못하면 다시 반복할 수 있다. 한편 아무런 설명 없이 처음부터 콜터 대위를 기차에 툭 떨어뜨려놓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억에 들어와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정체성 찾기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두 가지 미션이 관객에게 떨어진 셈이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주요 출연진의 호연도 빼 놓을 수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 등을 통해 감성 연기파의 대표가 된 제이크 질렌할, 눈빛만으로 긴장과 연민을 쉴 새없이 교차해 드러내는 소스 코드 오퍼레이터 역의 베라 파미가는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다만 뛰어난 이야기 구조에 비해 액션이 살짝 약하므로 화끈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겠다. 12세 이상 관람가./이원·영화 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