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포왕’을 알리기 위해 주인공 이선균(36)은 극 중 파트너 박중훈과 함께 최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했다.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와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SBS ‘런닝맨’까지 쉴 새 없이 누비며 홍보에 전념 중이다. “영화를 선전하기 위해 TV에 출연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연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서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주역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진하게 배어난다.
언제나 조마조마
자신의 출연작을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보기란 불가능하다. 4일 개봉된 ‘체포왕’도 마찬가지. 각종 시사회를 통해 두세 번 봤지만,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전작 ‘쩨쩨한 로맨스’ 때도 그랬다. 전국 관객 2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정작 본인은 얼마 전 DVD에 삽입될 코멘터리를 녹음하면서 처음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다. “상대역이었던 최강희씨와 영화를 다시 보면서 ‘야, 우리 영화 재미있네’를 연발했어요. (웃음) 스크린 속 내 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먼저 들죠. 이상한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요. ‘내가 그때 왜 그랬지’란 자책만 하다가, 상영이 끝나면 그제야 편안한 마음으로 분석에 돌입합니다.”
창틀이 문제
그가 연기한 서대문 경찰서 신임 팀장 정의찬은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 그러나 속도 위반으로 아기를 가진 애인과 결혼할 비용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다 잡은 범인을 이웃 마포 경찰서의 능구렁이 팀장 황재성(박중훈)에게 늘 빼앗기는 ‘허당’ 캐릭터다.
그 와중에도 직감만은 발달해, 연쇄 성폭행범이 통과했을 것으로 믿는 창틀을 소지하고 다니며 만나는 용의자마다 창틀을 몸에 맞춰본다. 극 중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져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창틀에 얼마만큼 집착하느냐가 캐릭터 분석의 핵심이었어요. (집착하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인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무식하게 밀어붙이면서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많이 웃어줘 안심했죠.”
다음엔 액션배우
박중훈과 기분 좋은 연기 대결도 펼쳤다. 열 살 가까이 많은 대선배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경의로움과 함께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형님이 평소에 얼마나 몸 관리를 잘하셨으면 별로 지친 내색도 없더라고요. 저는 헉헉대기 일쑤였는데요. 어렸을 적 우상처럼 생각했던 분과 함께 연기하면서, ‘형님의 뒤를 따르려면 갈 길이 정말로 멀다’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액션물에 대한 매력도 느꼈다. 촬영 기간내내 마포 일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달리는 과정에서 육체적 고단함이 먼저였지만, 묘한 희열을 함께 맛봤다. 조만간 ‘액션 히어로’로 변신한 그를 만날 것도 같다.
손익분기점이 최우선
출연하는 영화마다 무조건 손익분기점은 맞추자는 게 이선균의 1차 목표다. 지나치게 속물스럽다고? 아니다. 남의 돈으로 투자받아 만드는 상업영화에 출연한 이상, 밥값은 하자는 주의다.
홍보성 출연과 인터뷰를 ‘영업 뛴다’며 다소 자조적으로 말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이왕 뛰는 영업, 남들에게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려 애쓴다.
차기작은 변영주 감독의 ‘화차’다. 일본 여류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다. 처음 도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업을 뛰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작품이 될 것이다. / 사진=라운드테이블 최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