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으로 접어든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는 단연 김기덕 감독입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어 다소 싱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 영화인들이 모이는 자리는 어김없이 김 감독의 ‘아리랑’ 얘기로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파격적인 내용과 문법에 강한 인상을 받은 해외 관계자들의 관심도 대단합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 작가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 자신의 영광스러운 고통을 주제로 삼았다”고 했고, 스크린인터내셔널은 “김기덕은 다른 감독과 달리 틀에 박히지 않은 시도를 해왔다. ‘아리랑’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작가 영화”라고 극찬했습니다.
AFP는 “칸 영화제가 김 감독의 절망적인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원시적인 자화상에 갈채를 보냈다. 그는 한국 민요 아리랑으로 자신의 재생과 부활을 노래했다”고 평했습니다.
김 감독에 대한 칸의 무한 애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14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칠레 출신 감독 크리스티안 지메네즈의 영화 ‘본세이’ 시사회장에는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관객으로 찾아온 김기덕 감독을 호명하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으니까요.
한국 영화감독의 높은 위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지울 수 없습니다. 자신의 영화적 욕구를 옥죈 외부의 문제와 한국 영화계에 대한 불만은 그가 그린 자화상 속 모습인 동시에 스스로 풀어가야할 방대한 숙제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영화에서 김 감독은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리면서도 지독하게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울부짖습니다. 철저한 외부와의 단절 속에 가능했던 영화의 밖으로 나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다음 작품은 스스로 던진 문제를 외부와의 소통 속에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