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하다가는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 온 산자락을 붉게 태우는 철쭉을 시작으로, 형형색색 꽃들이 절정에 이른다. ‘계절의 여왕’ 5월, 봄꽃 축제가 한창인 곳으로 ‘꽃구경’을 떠나보자.
◈지리산 바래봉 붉은 철쭉 절정
지리산 바래봉은 이미 꽃분홍색 옷을 갈아입었다. 전국 최고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바래봉의 철쭉은 21∼22일 사이에 만개한다. 해발 1165m의 바래봉 일대 100ha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 군락지는 산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만들고, 향기로운 꽃내음으로 코끝을 간질인다.
여기에 13일까지 계속되는 바래봉 철쭉제가 나들이객을 반긴다. 터울림농악을 시작으로 산신제와 신관 사또 부임행렬 등이 이어지고, 관광객들을 위해 지리산 야생화와 허브 꽃씨 공짜로 나눠주는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했다.
특히 인근에는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왜구를 무찌르고 대승을 거둔 황산대첩비와 국악기 전시 체험장이 자리 잡고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양산 통도사 들꽃 100여종 자태
경남 양산시 영축산 자락에 자리 잡은 통도사 서운암도 들꽃 세상으로 변했다. 서운암 주변 20만㎡를 뒤덮은 들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100여 종이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산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금낭화다. 꽃모양이 마치 여인네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들 꽃은 40여 일간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또 흰 눈이 쏟아진 것처럼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핀 이팝나무 꽃도 절정에 달했다. 감미로운 봄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는 할미꽃은 단아함과 기품이 넘쳐난다. 이밖에 서민적이면서 고귀함을 잃지 않는 작약을 비롯해 붓꽃, 황매화, 민들레, 제비꽃, 깽깽이풀 등 다양한 들꽃들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꽃을 더 빛나게 하는 꽃축제도 한창이다. ‘자연과 문학의 소통’을 주제로 전국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이다. 시화전과 그림전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꽃과 차(茶)가 어우러지는 차 시연회도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