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부터 서점가에서 불기 시작했던 인문학 열풍이 점점 태풍으로 변하고 있다.
딱딱하고 실용적이지 않다고 외면받던 인문학이 통찰력, 창의력의 보고임이 알려지면서 관공서·기업·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SNS) 시대에 필요한 함축적이고 강렬한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에 대학가마저 사로잡는 중이다.
최근 인문학 열풍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웃과 정감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5일부터 12월 7일까지 한 달에 두 번씩 ‘즐기는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 인문학 거장들이 시민들을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인천시도 지난 3월부터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와 함께 ‘인천시민 인문학강좌’를 격주(화요일)로 진행하고 있다. 수원시는 사람 중심의 인문도시로 변신을 선언하고 인문학과 관련된 8개 부서, 5개 분야 29개 사업을 선정해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상상력 보고’ 기업강좌 확산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업의 창의력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재계도 부산하다. 롯데백화점은 서울대와 협력해 임직원 대상 인문학과정을 운영 중이고, 현대건설은 신입사원 교육과정을 인문학 중심으로 바꿨다. 상상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게임업체의 경우 엔씨소프트는 매달 두 차례씩 부장급 이상 직원에게 인문학 강의를, 넥슨도 인문학 중심의 사내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문학을 외면했던 대학가에서는 반성의 물결이 일고 있다. 경희대는 올해를 교양교육 강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신입생부터 순수 인문학 관련 교양과목을 총 35학점 이상 수강하도록 교칙을 바꿨다. 전체 졸업학점의 30% 정도를 인문학 교양 과목으로 채워야 하는 셈이다.
사이버대학교의 인기 수강과목은 인문학이 휩쓸고 있다. 올 1학기 한양·서울·경희사이버대의 인기 강좌를 조사한 결과 사이버윤리, 심리학의 이해, 이야기 한국사, 일상생활의 심리학, 갈등 관리와 협상 등이 톱 5에 들었다.
이런 열풍을 타고 인터넷, 스마트폰, 아이패드로 공부할 수 있는 인문학 강좌도 등장했다. 평생교육업체 휴넷은 교보문고와 손잡고 온라인 인문학 교육인 ‘행복한 인문학당’(www.happyinmun.com)을 최근 오픈했다. 하루 15분씩만 투자하면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사기’ 등 인문학 서적을 1주일에 1권씩 마스터할 수 있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애플의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 아이패드가 탄생했다고 말한 것처럼 인문학에 대한 이해는 통찰력 있는 눈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