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을 위해 아내의 살인죄를 대신 짊어지려던 남편의 순애보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재판 중 진실이 드러나 아내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18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아들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정모(27·여)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보모 일을 시작했다. 남편 오모(38)씨의 벌이가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일주일에 보육료 20만원씩을 받는 조건으로 A군(당시 생후 8개월) 등 두 명의 아이를 맡았다. 아들까지 모두 세 명의 아기를 돌보며 정씨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누적돼 갔다. 그러던 중 2009년 7월 24일, 밤새 울던 A군이 이들 부부 집에서 사망했다. 부검 결과 A군의 사인은 갈비뼈 골절과 장파열 등으로 밝혀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살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오씨는 경찰을 통해 부검 결과를 전해 듣고 불현듯 24일 밤 A군의 울음소리와 함께 ‘퍽퍽퍽’ 하는 소리를 들은 게 떠올랐다. 아이의 사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진술하던 오씨는 갑자기 진술을 바꿔 자신이 A군을 죽였다고 자백하기 시작했다. 아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어린 아들을 두고 아내가 교도소에 갈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없어 거짓 자백을 했다”고 고백했다.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그날 밤 ‘퍽퍽퍽’ 소리의 가해자는 정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과거에도 A군을 자주 구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오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정씨는 다시 열린 재판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조해현 부장판사)는 “정씨는 피로하고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A군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순간적으로 가슴과 배 부위에 충격을 가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