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문화마케팅을 이끌 첨병으로 ‘대중가요’를 선택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 공연 등 격식을 중요시했던 과거와 사뭇 다른 행보다.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는 신승훈·이은미·박칼린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더 타임리스 콘서트’를 2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갤럭시 상품을 100만원 이상 구매한 전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됐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세시봉과 함께하는 나라 사랑 콘서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공연으로 가수 조영남·윤형주·김세환·남궁옥분 등이 출연했다.
대중가요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문화마케팅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 이사는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 남진·하춘화·이선희·신승훈 등의 가수를 섭외해 합동 또는 단독 형식으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중가요 소재 게임도 출시
CJ E&M 게임 부문은 아예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온라인게임을 이르면 다음달 서비스한다.
‘슈퍼스타 K 온라인’으로 명명된 이 게임은 노래방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게이머가 인기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유저가 노래를 듣고 점수를 매길 수도 있다. 이 게임은 지난 3월 비공개테스트를 했을 때 각종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예고했다.
대중가요가 이처럼 경제계에서 대접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세시봉’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등 대중가요를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국민적 관심을 얻은 게 컸다.
대중가요를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선이 달라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 음악과 우리 전통음악 위주로 꾸며진 고등학교용 음악교과서(2010년 7월 교과부 검정 3종)에 올해부터는 대중음악에 대한 내용이 따로 편성됐다.
지난달 26일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재벌’에서 ‘한류’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K-팝(대중가요)의 인기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늘고 있는 젊은 한류팬에게 오늘날의 한국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넘어 가요의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