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일곱 장의 앨범을 낸

가수 백지영(35)은

자신의 목소리가

한 가지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2년6개월의 긴 공백을 거치며

다시 상처받고 변화한 그는

팔색조와 같은 매력을 갈망하며

8집 ‘피타(PITTA)’를 내놓았다.

방시혁과 또한번 환상 궁합

이번 음반의 제목은 영어로 팔색조라는 뜻을 지녔으며, 여러 색깔의 노래를 담겠다는 의도로 붙여진 이름이다.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제가 지은 이름으로 결정했어요. 재킷 디자인과도 가장 잘 어울렸고요.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앨범인 만큼 청각적으로는 물론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와 여러 컨셉트를 구상해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높였어요.”

타이틀곡 ‘보통’은 ‘총 맞은 것처럼’ ‘입술을 주고’ ‘내 귀에 캔디’ 등으로 환상의 궁합을 맞췄던 방시혁의 작품이다. 19일 자정 음원 공개 이후 3일째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최강 콤비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보통’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해 역설적으로 특별하게 아픈 사랑의 상처를 표현하는 곡이에요. 방시혁씨는 가수가 할 수 있는 얘기를 많이 담는데, 보통의 삶을 꿈꾸는 여자가 나쁜 남자를 만나 상처받는 이야기를 노랫말로 풀어냈어요.”

빼어난 감정 표현으로 공감을 사는 창법도 여전하다.

“노래할 때 숨소리가 많이 들어가서 귀에 거슬린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방시혁씨 노래 특징이기도 하고 이번에 더욱 숨 쉴 곳이 없어요. 그래도 라이브 때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 숨소리마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다듬어야죠.”

2PM의 택연과 호흡을 맞춘 ‘내 귀의 캔디’가 빅히트하며 댄스곡에 대한 자신감은 다시 살아났다.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을 작곡한 라이언이 만든 댄스곡 ‘배드 걸’을 ‘보통’과 함께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댄스에 대해 두려움이 아주 컸었는데 ‘내 귀의 캔디’가 이를 말끔히 씻어줬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양수겸장의 전략을 택했어요. 발라드와 댄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자재로 아바타를 작동해 균형을 잡을 거예요.”

보컬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돋보인다. 음절 하나하나를 모두 추출해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실제 악기 연주와 조화를 돋보이게 한다. 프로듀싱을 맡은 방시혁 외에 ‘시크릿 가든’ OST ‘그 여자’를 합작한 전해성과 원태연, 일본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PJ, 인기 작사가 최갑원 등이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인디음악에 매료

자신의 앨범 발표는 미뤄졌지만 최근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아이리스’ ‘로드 넘버원’ ‘자명고’ 등 드라마 OST 섭외 0순위 가수로 떠오르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부담을 덜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였고, 많은 OST 흥행 경험이 이번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백기 중 자신을 가장 긴장하게 하고 가수로서 큰 자극을 받은 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출연이다.

“고민이 많았는데 정규앨범과 활동을 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진하차했어요. 물론 지금 출연하거나 했던 가수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겠지만 탈락의 부담도 컸죠. 몇 등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대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죠.”

하차 후에도 방송을 보며 “저걸 계속 할 걸 그랬나”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다시 출연 제의가 온다면 “마음은 반 반이지만 출연하고 싶을 것”이라며 웃었다.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면서 돋보이는 또 하나는 인디 음악에 눈을 돌렸다는 점이다. 인디 포크 뮤지션 나비가 쓴 ‘로스트 스타’는 그가 가장 애착을 보인 곡으로 1번 트랙에 올려놓았다.

“음원 시대에 그들의 음악에는 메시지가 있어요. 상업적인 음악보다 순수하면서 신선하죠. 스태프 모두 반대했지만 저는 타이틀곡으로 하자는 주장까지 했어요. 상업적인 가수로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음악을 추구할 거예요.”

그는 “목소리가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다”면서도 더 이상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싱글을 내더라도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하는 기대감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