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와 유사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한인 갱단 출신 마약사범이 멕시코 감옥의 벽을 뚫고 탈옥했다가 한국·미국·멕시코·일본 등 4개국 수사기관의 공조로 붙잡혔다.
◆국내에 수억대 필로폰 밀수유통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국 내 한인 폭력조직 전 단원 문모(4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22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히로뽕 287g(1회 투약기준 9600명분, 시가 9억원 상당)을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고자 히로뽕을 5∼50g 단위로 쪼개 두 겹의 종이박스 사이에 끼워 넣는 등 다양한 은닉 수법을 사용했다.
문씨를 검거하는 과정도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미국 마약청(DEA)은 지난해 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화물경유지인 미국 멤피스를 거쳐 국내로 배송되는 특송화물(앨범)에서 히로뽕을 발견하고는 한국 검찰과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
한국 검찰은 즉시 그를 인터폴에 수배했고 지난해 6월 미 마약청은 문씨를 멕시코에서 검거했다. 손쉽게 끝날 것 같았던 문씨 수사는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꼬였다.
◆한국 등 4개국 공조수사로 체포
문씨가 멕시코 이민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벽을 석고로 만든 여성수용실에 감금된 후 벽을 뚫고 탈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씨는 현지에서 좁혀오는 수사망과 멕시코 마약 조직과 알력 등으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받고 멕시코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DEA, 인터폴, 멕시코 경찰, 일본 경시청 등 다국적 수사기관과 긴밀한 공조 수사를 벌여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멕시코→미국→한국을 거치는 ‘멕시코 마약 밀수 루트’의 존재를 처음 밝혀냄으로써 중남미발 마약 단속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