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에 걸린 채 야간행군에 참가했다가 숨진 노모(23) 훈련병은 고열증세 이후 단 한 번도 부대 의무실에서 군의관의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훈련병은 사망 전날인 지난달 23일 오전 3시40분께 연대 의무실에서 타이레놀 처방을 받고 나서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 오전 11시45분께 다시 연대 의무실을 찾았지만 군의관의 순회 근무 시간에 늦었다며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는 “군의관이 다음 날 아침 의무실을 찾아온 노 훈련병을 안일하게 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던 군의 당초 발표 내용과 다르다.

노 훈련병은 다음 날 낮 12시20분께 병원급 의료기관인 훈련소 지구병원에 도착한 다음에야 군의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노 훈련병의 체온은 이미 39∼40도에 달했다.

노 훈련병이 행군을 감당할 체력이 아니었음도 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보고서에는 23일 오전 0시48분∼1시 행군 중 뒤처져 동료 훈련병 2명이 그를 밀어줬으나 간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노 훈련병은 입대 2주차인 4월 4일부터 감기로 인한 기침이 심해 11일 연대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부대 지휘관은 노 훈련병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행군에 참가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장관순기자 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