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보면서 가창력의 수준을 따지는 대중의 기준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같아 답답할 때가 있다. 비장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감정을 듬뿍 실어 절규하고 토해내는 이른바 ‘사자후’ 창법에만 줄곧 지지가 쏠리는 것처럼 느껴져 드는 생각이다.
포크 계열을 대표하는 밥 딜런이나 한대수, ‘세시봉 열풍’을 타고 오랫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장희같은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그동안의 명성과 업적 등 ‘계급장’을 떼고 나선다는 전제하에 아마도 이들은 오래 못 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이다. 시적이고 난해한 혹은 일상의 거리낌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듯한 노래 스타일은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강렬한 울림을 전해야 하는 ‘나가수’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거리두기가 아닌 빠져들기를 원하는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외면받을 게 뻔해서다.
진정한 가창력은 과연 무엇인지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때다. 위로 몇 옥타브씩 올라가야만, 혹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음정과 박자를 지켜야지만 정말로 노래를 잘하는 것일까?
한 편의 대하 드라마같이 기승전결이 뚜렷한 창법을 유독 선호하는 한국 대중의 성향은 좋고 나쁨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정서가 대중 예술의 필수 덕목인 ‘다양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가창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소몰이 창법’이 2000년대 초중반 유행으로 번지면서 우리 가요계의 질적인 수준을 오히려 한 단계 끌어내리고 획일화시켰던 전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를 활짝 열고 이런 저런 창법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나가수’를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가수들의 등장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 역시 누릴 듯싶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