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생 동갑내기들의 왁자지껄한 한바탕 모임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음악과 무대는 한층 깊고 유쾌해졌다. 김원준·배기성·이세준·최재훈이 뭉친 M4가 두 번째 활동 시즌을 열며 진정한 가수의 길을 걸어간다.
‘이벤트 그룹’ 오해의 시선
지난해 초 결성해 ‘장년돌’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낸 이들은 이벤트성 그룹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월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고 이른바 시즌 2를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는 한 번도 진지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시즌 3까지는 저변 확대 차원에서 씨앗을 넓게 뿌리고, 시즌 4쯤 되면 제대로 된 M4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것 같아요.”(이세준)
“각자 기존의 활동 영역이 있기 때문에 연간 계획을 미리 세워두죠. 주로 연초에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식으로 M4를 위한 일정을 몇 개월씩 비워둬요. 친구끼리라서 할 수 있는 음악, 점차 네 명의 시너지 효과가 살아나는 음악으로 M4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해나갈 거예요.”(최재훈)
개성 강한 네 명의 음악 스타일을 한데 모으기 위해 타이틀곡은 외부 작곡가로부터 받지만, ‘크라잉 인 더 레인’ ‘싱글즈’ ‘뻔한 고백송’ ‘주홍글씨’ 등 각각의 스타일을 살린 자작곡들이 M4라는 이름으로 결합했다.
“의견 차이는 있지만 싸우지는 않아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끼리 왜 싸워요. 그럴 시간에 힘을 합쳐서 다른 문제들과 싸워야죠. 저희는 저작권도 모두 M4로 똑같이 나눠 가져요.”(김원준)
‘밴드 M4’로 깜짝 변신
강한 개성과 유쾌한 에너지, 오랜 음악적 내공을 올해도 무대에 쏟아낸다. 10∼11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음악 영역과 팬 연령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수효과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잖아요. 오랜 경험과 개성 있는 스타일을 내세워 많은 관객의 기호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우리만의 강점이죠.”(배기성)
“우리끼리 각자의 솔로 무대를 지켜보며 감동받을 때도 있어요. 무대에 오른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길 수 있는 심리 상태를 갖추는 것인데 그 점에서는 완벽하다고 자신해요.”(김원준)
넘쳐나는 볼거리·즐길거리를 엄선해 큐시트에 골라 담는 것이 오히려 이들의 고민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밴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공연에서 이벤트성으로 무대에 올렸던 이들은 기타(김원준·최재훈), 베이스(배기성), 드럼(이세준) 등 각자의 포지션에 더욱 집중해 완벽한 사운드를 끌어낸다.
“노래만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들이잖아요. 하하. 2년 후에는 우리가 결성한 밴드음악으로만 구성된 공연을 하는 게 목표예요.”(배기성)
‘나가수’만 가수인가요
17∼20년차 가수들의 모임답게 현 가요계에 대한 진단과 앞날에 대한 희망적인 길 찾기는 이들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음악시장에 큰 화제를 몰고 온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단 하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에서 가수가 노래를 해도 예전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최재훈)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봐야 하는데 이를 가리키는 손가락만 볼까봐 걱정돼요. 이 프로그램에 안 나가는 가수, 못 나가는 가수는 마치 실력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거나 아이돌 가수의 음악은 음악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 말이죠. 오늘과 같은 음악시장의 팽창에 아이돌의 역할은 분명히 크거든요.”(이세준)
“음악의 다양성을 일깨워준 것만은 분명하죠. 우리가 추구해온 길이기도 하고요.”(김원준)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