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될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는 독립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곡·김선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획 단계부터 화제였다. ‘자본당 선언 :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와 ‘반변증법’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통렬하게 지적해온 이들이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장르인 공포영화의 소재로 아이돌의 세계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삼류 걸그룹 핑크돌즈는 새로 이사간 사무실의 벽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주인없는 곡 ‘화이트’로 인기를 얻는다. 나이많은 백댄서 출신으로 팀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리더의 역할을 다하는 은주(함은정)와 고음 처리가 불안한 제니(진세연), 성형 중독에 걸린 아랑(최아라), 랩과 댄스 실력만 출중한 신지(메이다니)는 팀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서로에 대한 질투와 시기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메인 보컬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던 멤버들이 연습실과 무대에서 차례로 끔찍한 사고를 겪게 되고, ‘화이트’에 얽힌 끔찍한 비밀을 눈치챈 은주는 절친한 선배 순예(황우슬혜)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에 나선다.
영화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아이돌 스타들의 살벌하기 짝이 없는 생존 경쟁을 그리면서, ‘링’처럼 억울하게 죽은 원혼의 염력이 깃든 노래로 공포를 자아낸다.
폭언과 폭행은 기본이고 리더 은주를 상대로 술자리 접대까지 강요하는 기획사 대표와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에 젊음을 저당답힌 소녀들의 모습은 탄탄한 사전 취재를 거친 듯 비교적 실감나게 묘사된다.
아쉬운 점은 이같은 ‘현실의 공포’와 귀신의 저주로 요약되는 ‘허구의 공포’가 효과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의 공포가 애써 분위기를 잡으면, 진부함과 일탈을 원칙없이 오가는 허구의 공포가 낼름 깎아먹는다.
공포영화만의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고 좀 더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더라면, 발랄한 소재와 주요 출연진의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열연이 더욱 돋보였을 법했다. 15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