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의 마술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자신이 제작자와 기획자로 각각 나선 ‘슈퍼 에이트’와 ‘트랜스포머 3’가 국내에서 16일과 29일 연이어 개봉되기 때문이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두 편의 영화가 자칫 흥행 경쟁을 벌일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시골 마을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의 습격을 그린 ‘슈퍼 에이트’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트랜스포머 3’ 모두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제작비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스필버그 감독으로서는 절대로 소홀히 취급할 수 없다.
두 편 다 작품적인 측면에서도 애착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슈퍼 에이트’는 슈퍼 8㎜ 카메라로 동네 친구들과 영화를 찍는데 열을 올리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출자인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메가폰은 잡지 않았지만, 에이브럼스 감독을 도와 홍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사정은 ‘트랜스포머 3’도 비슷하다. 흥행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해 TV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원작의 실사 영화화를 연출자인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먼저 권유하고, 2편 ‘…패자의 역습’에 특별 출연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스필버그 감독만큼이나 난감해진 쪽은 두 영화의 국내 수입과 배급을 맡은 CJ E&M(이하 CJ)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창립한 드림웍스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밀접한 친분 관계를 자랑하는 이들로서는 어느 한 쪽에만 신경을 기울일 수 없어서다.
탄탄한 완성도와 높은 지명도로 릴레이 흥행 성공이 점쳐지고 있지만, 행여라도 관객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개봉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CJ의 한 관계자는 “다른 감독도 아니고 스필버그 감독의 두 작품을 거의 동시에 개봉시킨다는 것은 대단한 부담”이라고 귀띔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