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무 살을 갓 넘긴
가수 장재인이 프로무대에
첫발을 디뎠다.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연주·프로듀싱까지
모두 해낸
단단한 데뷔 음반에
평론가들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슈퍼스타K’의 영광을 걷어내고
진정한 스타 뮤지션을 향해
출발선에 섰다.
인디-메이저 사이
첫 번째 미니앨범 ‘데이브레이커’를 발표하고 활동한 지 3주를 넘긴 그는 “내 노래를 들고 무대에 서게 돼 재미있다”면서도 왠지 지쳐 보였다. 각종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대중성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는 듣기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도 도전해 보지 않은 음악으로 1위를 할 수도 있는 일인데 어쩌면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죠.”
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이번 앨범보다 더 힘을 뺀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5년, 길게는 15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아직은 편협한 내 시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고 대중성과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사이에서의 갈등을 털어놨다.
“제 노래는 다섯 바퀴 정도는 빙빙 돌려 말하는 간접화법인데 지금 세대의 음악들은 강력한 직접 화법이잖아요. 인디와 메이저 시장 가운데 끼여서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이번 앨범을 내고 그런 고민은 더 커졌어요.”
기대치 넘은 첫 작품 ‘찬사’
푸념은 행복한 고민일지 모른다. 대중의 기대치는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 혹은 재주 많은 여성 솔로가수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첫 번째 작품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서 대중에게는 멀게 느껴질 수도,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번 음반은 한 포털사이트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와 네티즌 선정위원회와 함께 평가하는 ‘이 주의 발견’에 선정됐다. 쟁쟁한 선배 톱 가수와 실력파 인디 밴드들을 제치고 데뷔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채택됐다.
전문가들은 “고집스러운 개성을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해 천편일률적인 현 가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 흔치 않은 여자 음악인. 출발선에 서 있는 그가 두려움을 떨치고 음악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독보적인 개성은 결실로 맺어질 것”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개성을 존중하지 않은 세상을 비꼬는 타이틀곡 ‘장난감 병정들’, 비틀스 노래 제목만으로 가사를 구성한 ‘아이 러브 폴’, 서정적인 피아노 발라드 ‘추억은 수채화처럼’, 기타 반주만으로 원테이크 녹음한 포크 발라드 ‘반짝반짝’, ‘슈퍼스타K 2’ 동료 김지수와 주고받는 재기 넘치는 듀엣곡 ‘그대는 철이 없네’ 등 5개의 수록곡은 다채로운 정서와 빈틈없는 음악성을 보여준다.
‘산울림’에 빠진 아이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 속에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어서 며칠 전 평소 듣고 싶던 CD 50장을 샀다. 그 중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산울림 전집을 손에 넣은 것은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한 장의 음반을 마스터하기 전에는 다음 음반을 안 들어요. 듣고, 읽고, 가사를 해석하고, 노트에 옮겨 적기를 반복하죠. 가사에 상당히 치중하는데, 그러다 보니 제 음악도 멜로디보다는 가사 중심이 된 것 같아요. 당분간은 산울림에만 빠져서 다른 음반 듣기는 힘들 것 같아요.”
프로 가수가 된 후에도 잊지 않고 길거리 공연에 나선다. 여유 있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무대가 현실적으로 부족하고, 자신이 쓴 노랫말 속 메시지를 천천히 전할 수 있는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거리 공연은 추억이 쌓인 무대이기도 하고 제 뿌리나 다름없죠. 앞으로도 진짜 음악을 하고 완벽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서고 싶어요.”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