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파 조연 고창석과 류승룡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출연작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면서 흥행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텁텁한 외모와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최근 주가 상승중인 고창석은 깊이 고민중이다. 다음달 21일 나란히 공개될 ‘고지전’과 ‘퀵’에 출연해서다. 두 작품 모두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올 여름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 맞선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릴 ‘고지전’에서는 북한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말단 중대원을 연기한다. ‘퀵’에서는 폭탄 테러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로 나온다. 출세작인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로 가까워진 장훈 감독이 ‘고지전’을 연출한다는 소식에 주저하지 않고 합류했고, ‘퀵’은 제작진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였다.
류승룡은 고창석보다 마음 고생이 조금 덜한 편이다. 그러나 심적 부담은 오히려 더하다. 변발을 시도하고 청나라 장수로 변신한 ‘최종병기 활’의 개봉 시기가 8월로, 북한군 지휘관을 연기한 ‘고지전’의 뒤를 잇는다. 두 캐릭터 모두 주연에 버금가는 높은 비중을 자랑하고 있어, 어느 한 쪽의 홍보에 힘을 실어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들과 달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배우도 있다. 송새벽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해결사’와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동시에 개봉됐지만, 이번 여름에는 다행히 ‘7광구’만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창석과 류승룡의 쓰임새를 두고 홍보사들은 물밑 조율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석은 ‘고지전’의, 류승룡은 ‘…활’의 홍보에 각각 투입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한 제작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겹치기 출연이 됐지만, 맛깔스럽게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조연급이 많지 않은데다 촬영 시기도 모두 달라 벌어진 상황”이라며 “연기자들 처지에서도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귀띔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