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시장에 ‘녹색 경보’가 내려졌다. 녹색 수퍼 히어로를 앞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연이은 흥행 부진 탓이다.
16일 개봉된 ‘그린랜턴 : 반지의 선택’은 19일까지 나흘간 전국관객 14만2508명으로 주말 흥행순위에서 6위에 그쳤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5268만5000달러(약 569억원)를 벌어들이며 정상을 차지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DC 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탄탄한 완성도를 갖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3D 수퍼 히어로물의 진화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1월에 개봉됐던 ‘그린 호넷 3D’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소룡의 출세작이었던 동명 TV 미니시리즈의 리메이크작인데다, 미셸 공드리 감독 및 주연 세스 로건과 주걸륜의 내한으로 관객몰이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19만6144명이란 저조한 스코어에 머물렀다.
우리에게 비교적 낯익은 녹색 수퍼 히어로 역시 한국 극장에만 오면 맥을 못 춘다. 인기 TV 미니시리즈를 영화화한 ‘헐크’와 ‘인크레더블 헐크’가 대표적이다. 전편은 한미 양국에서 똑같이 실패했고, 속편은 전 세계적으로 약 2억6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벌어들이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지만, 한국에서는 99만명을 동원했을 뿐이다.
영화계는 이들 작품이 흥행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 주연과 원작의 낮은 인지도를 꼽고 있다. ‘그린랜턴…’은 주인공 할 조던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덜 유명하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또 세 편 모두 원작이 인기를 모았던 때가 너무 오래전이라 본토에서와 달리 낯설게 비춰졌다.
한 수입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일수록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지만, 한국 시장은 예외”라며 “그만큼 영화를 고르는 국내 관객들의 눈이 까다롭다는 것을 뜻한다”고 귀띔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