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최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 2만 명이 넘게 클릭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값 등록금’ 동영상의 한 부분이다.
무려 1000여 명의 대학생과 시민이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기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인 립덥(립싱크와 더빙)으로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화제를 모으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이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 성공회대 교수이자 홍보대행사 피당을 이끌고 있는 탁현민(38) 대표라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아직 4살배기 아들밖에 없어 대학등록금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탁 대표가 이런 파격적인 동영상을 만든 이유는 뭘까.
“반값 등록금은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단지 나에게 당장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죠.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작정입니다.”
탁 대표의 대답은 이처럼 단호했다. 가장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 시기에 가장 치열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은 절대 정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화염병이나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과격한 시위를 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값 등록금 동영상을 만든 것처럼 시위도 하나의 축제이자 멋진 볼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탁 대표의 생각이다.
“‘내가 춤출 수 없으면 나의 혁명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축제를 벌이는 것만으로도 정치권이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죠. 20대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어떤 거부감도 없이 당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탁 대표는 교수이자 회사 대표이기 이전에 공연 기획자로 유명하다. 가수 윤도현과 김C, MC 김제동 등이 소속된 다음기획 뮤직콘텐츠 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 ‘다시 바람이 분다’ 등을 기획·연출했다.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 공익문화기획센터 기획실장, 오마이뉴스 문화사업팀장 등도 거쳤고 100분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패널로도 맹활약 중이다. 이런 경험 덕분인지 탁 대표는 회사 운영도 파격적이다. 우선 2007년 자신이 설립한 피당의 지분 전부를 25여 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스로는 지분 하나 없이 고용사장처럼 월급만 받아간다. 격년 전 직원 해외 워크숍, 매년 팀별 해외 워크숍, 한 달 해외 연수 휴가 등에 대한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다소 ‘황당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에게 이렇게 잘해주면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오히려 직원들이 걱정할 정도다.
“‘미래는 없지만 현실은 풍요롭게’가 회사 운영의 원칙입니다. 회사가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직원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죠. 회사를 통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회사를 통해 즐겁게 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스로를 콘텐츠 기획자라고 소개하며 시위도 회사운영도 멋진 공연처럼 연출하는 탁 대표가 다음에는 어떤 기막힌 파격을 들고 젊은이들에게 꿈을 제시할지 자못 기대된다.
사진/도정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