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궁민(33)이 ‘남궁마루’라는 별명과 함께 연기 인생의 2막을 열었다.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 에서 16년 동안 양어머니의 복수에 이용당한 후 악독하게 변신한 장준하를 열연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연기는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며 극중과 달리 해맑게 웃었다.
# 봉마루도 장준하도 아닌 사람
내면이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고민이 많아 보였다. 가난이 싫어 가족을 떠난 봉마루에서, 이름을 장준하로 바꾸고 살아오다 양어머니를 상대로 복수에 나서는 처절한 주인공이다.
“갈등하고 고뇌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라 몰입하긴 쉬웠어요. 대사를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다른 배우들보다 길어 어려웠죠.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에서 오는 스트레스 탓에 매일 밤 악몽을 꾸고, 몽유병도 생겼어요. 그러나 오랜 공백 동안 너무 하고 싶던 연기를 해서 기쁘답니다.”
병역의 의무를 치르고 허리 디스크로 4∼5년 동안 활동을 쉬어 아쉬움이 컸다는 설명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와 ‘뷰티풀 선데이’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 공익 근무를 시작했고, 근무 기간 중 허리 디스크가 악화돼 공백이 길어졌다. 지난해에야 KBS ‘부자의 탄생’으로 컴백했다.
“지금은 허리가 완치됐지만 당시엔 똑바로 누워 자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나 쉬면서도 꾸준히 연기 연습을 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힘든 시절을 겪어서인지 남들보다 몇 배는 연습하는 노력파다. 대본이 걸레가 될 정도다.
“열등감이 있어요. 연기를 10년을 했는데 치고 올라간 적이 없었죠. 운도 안 따랐지만 나름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화를 낼 때 숨을 토해내는 압력이 약하다든가 하는 것들요. 극복하는 길은 노력뿐이었죠.”
# 차기작 희망파트너는 ‘공효진’
노력은 인정을 받았다. 인상 깊은 악역 연기로 남궁민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김재원도 황정음도 아닌 남궁민이라는 평이다.
“시청률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젊은 층이 많이 봐줘서인 것 같아요. 고마울 따름이죠. 그런데 재발견은 아니에요. 이전에도 악역은 여러 번 했었는데 흥행이 안 돼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이번 작품은 사람들에게 나를 알린 계기예요. 동시에 아무리 노력해도 보여지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로 인해 외모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진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관리를 위해 얼굴에 침도 맞고 미용실도 다닌다. 현재 모습이 데뷔 후 가장 괜찮은 모습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이 많다. 자신을 포함해 봉우리 역의 황정음, 봉영규 역의 정보석 모두 턱이 뾰족해 호미에 비유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차동주 역의 김재원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스스로는 황정음과 더 닮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종영까지 2주를 남긴 가운데,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현재 장준하는 차동주와 회사 경영권과 봉우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악역이지만 매번 차동주에게 당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복수한 게 없어요. 차일 때 차이더라도 사랑하는 우리에게 끝까지 집착하든가 복수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작가 선생님 마음은 모르죠.”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로맨틱코미디에서 공효진과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일을 위해 연애와 결혼은 당분간 보류다. 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갔을 때 부러웠다는 그는 “연기자로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