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부르는 남자는 팬들의 눈물을 감싸려는 듯 하늘에서도 비를 내렸다.
30일 고인의 위패가 봉헌된 경기 파주 약천사에서 고 박용하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이른 아침부터 하나 둘 모여든 바다 건너 팬들은 오전 9시가 되자 1500명을 넘어섰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많은 팬들은 차례로 줄지어 환하게 웃는 고인의 영정 앞에서 분향과 기도로 그리움을 달랬다. 1년 전 속절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향해 오열했던 팬들은 이날 비와 섞인 눈물만 훔치며 조용히 고인을 추억했다.
추모식을 찾은 40대 일본인 여성 니시오 히로미는 “이제는 눈물도 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박용하씨를 위해 기도하고 그의 노래를 듣는다. 두 달에 한 번씩은 그의 묘소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다”며 “천국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한 그리움을 전했다.
길게 줄지은 분향이 끝나자 고인의 절친한 친구인 배우 박광현이 애도의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잘 지내니. 아프지 않니. 춥지 않니. 어디선가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정말 보고 싶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이어 고인의 매형이자 소속사 요나 엔터테인먼트 김재현 본부장이 “어떻게 1년을 버텼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용하의 자리가 너무도 크기에 아직도 우리는 용하를 잊지 못하고 있다.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며 추도사를 읽자 입술을 굳게 다물며 흐느끼던 팬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식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일본 팬클럽 서머 페이스 재팬 회원 1500여 명은 잠실 롯데호텔에서 고인의 가족과 함께 추모행사를 열었고, 이날 추모식 이후에는 고인의 유골이 안장돼 있는 경기 성남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서 열린 헌화식에 참석했다.
60대 여성 아키코 오노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박용하 때문에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 문화를 알았다. 마음은 슬프지만 앞으로도 그는 내 인생의 희망이다”고 말했다.
생전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비가 내려 일본 팬들로부터 ‘아메오토코(雨男)’라 불린 그는 지난해 6월 3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