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예원(31)입니다. 이름이 조금 낯설다고요? 에이, 왜 그러세요. 이래봬도 ‘1번가의 기적’부터 ‘해운대’와 ‘하모니’를 거쳐 ‘헬로우 고스트’까지 이제껏 출연했던 영화들의 관객수를 모두 합치면 2000만이 가까워요. 저 혼자 이룬 성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자랑할 만하죠. 하하하./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이민기와 함께 첫 주연
21일 개봉될 ‘퀵’은 저와 이민기 씨가 극을 이끌고 갑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주연작이나 다름없죠.
그래서일까요? 실은 요즘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만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자나깨나 흥행에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죠.
솔직히 촬영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답니다.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믿음에 언제나 들떠 있었어요.
그런데요, 개봉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불안감과 간절한 마음, 희망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무슨 정신으로 살아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흔들리는 저를 잡아줄 분들은 관객 여러분밖에 없다는 것, 명심해 달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극중 아이돌 가수에 매력
지난해 봄 연기 인생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윤제균 감독님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솔직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하모니’와 ‘헬로우…’에서 어두운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했던 터라 밝은 성격의 극중 아이돌 가수 아롬 역에 확 반해버렸어요. 또 소재도 재미있었어요. 위험 부담도 컸지만, 서울 도심을 폭탄과 함께 오토바이로 누빈다는 설정은 지금까지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만날 수 없었잖아요.
2002년 ‘마법의 성’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있던 저를 ‘1번가…’로 구해준 윤 감독님의 한마디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됐어요. “너는 최고야. 네가 없는 이 영화는 상상도 할 수 없어”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최선을 다하지 않겠어요. 지칠 때마다 감독님의 격려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되잡곤 했답니다.
이 참에 오토바이 면허 취득
시종일관 바들바들 떨면서 연기했지만, 스릴 만점이었죠. 민기 씨가 최고 시속 200㎞까지 밟을 때면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세게 민기 씨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어요. 물론 앰뷸런스와 응급 치료진이 항상 대기해, 보기와 달리 아주 위험천만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날씨가 더울 때는 제가 헬멧을 쓰는 장면을 주로 찍었고, 선선해졌을 때는 민기 씨가 헬멧을 써 억울하긴 했지만요. 하하하.
촬영 시작을 앞두고 오토바이 면허도 일부러 취득했어요. 무슨 재미로 오토바이를 타는지 알고 싶어, 두 번의 도전끝에 성공했죠.
그러나 스피드를 즐기는 성격은 절대 아니랍니다. 60㎞를 절대 안 넘길 만큼 정속 운전을 하죠. 그런데 운전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주차는 자신있어요. 아무리 좁은 공간이더라도, 차를 구기다시피해서 넣고 말죠. 주차에 애를 먹는 ‘도로위의 김여사’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몸매 자랑은 다음 기회에
운좋게 출연작 대부분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연기 인생을 10단계로 나누면, 4~5단계까지 간신히 온 것같아요.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공과 경험이 가장 중요한 듯싶어요. 한편 한편 죽을 둥 말 둥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경험이 축적되고, 자연스럽게 내공이 배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승우 선배님과 돌아가신 장진영 선배님이 공연했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처럼 진하면서도 처절한 멜로물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감춰왔던 제 멋진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