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하던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재벌기업인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업체인 이마트 탄현점(경기도 고양시) 지하 기계실에서 서울시립대 휴학생 황모(22)씨가 동료 3명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황씨가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황씨는 지난 5월 18일 의무경찰 복무를 마치고서 겨우 하루를 쉰 뒤 바로 냉동기 보수업체에 일용직으로 취업했다. 2학기 복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냉매가스를 다루는 일을 했지만 “월 150만원을 받는 알바는 구하기 힘들다”며 말리는 부모를 안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들 유족에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는 업체 성토
네티즌은 사건 이틀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인 이마트 측을 향해 “우리를 질식시키는 것은 이마트의 도덕성이다” “최소한 유족에게 위로의 말과 보상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성토하고 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장의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대학 입학을 앞둔 10대 피자배달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3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피자업체 3사는 ‘30분 배달제’를 폐지하는 등 ‘안전배달 행복배달’ 협약을 체결했으나 생명을 담보로 한 ‘곡예 배달’은 여전하다. 아르바이트 현장의 안전은 먼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2년동안 주말마다 9시간 중노동…몸에선 항상 파스냄새
편의점·전단지 배포·청소용역·급식 도우미·동대문 사입(지방 소매상을 대신해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우편으로 부쳐주는 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김종길(24·휴학생)씨 역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학기 중엔 밤샘 알바를 해야했던 그는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하다 보니 피부가 찢어지는 경우는 다반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방 출신 강모(25)씨는 2년 전부터 매주 주말 9시간 동안 대형 마트에서 일한다. ‘앉아서 바코드를 찍을 수 없다’는 내부 규정 탓에 의자에 엉덩이 한번 붙이기 힘들다. 퇴근 길이면 다리가 퉁퉁 붓고 관절에 통증이 오지만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파스만으로 응급처치를 하곤 한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지난달 22~30일 대학생 29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5%가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공사장이나 물류센터 알바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일명 ‘마루타 알바(제약회사 등의 임상실험테스터)’를 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절반 이상(59.4%)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은 “등록금 부담이 큰 대학생들이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도 높은 임금을 좇는 절박한 상황인데다 안전불감증의 현장이 수두룩해 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라며 “안전규정 준수 및 안전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