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 안 주겠다.”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의 첫마디였다. 5일 오전 흑석동 국립현충원 참배에 앞서 최고위원들과 가진 약식 간담회에서다. 그러고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 결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즉각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의 반론에 부닥쳤다. “친이, 친박 활동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 돼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친이·친박 화해는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다. 이벤트로 계파 문제가 해소되는 게 아니다. 공천과 인사에서 진정성이 보여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뒤에 “그 말은 신경 쓰지 말라. 없던 일로 생각해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문제에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말을 더했다고 한다. “이번 전대로 계파가 해체됐다는 평가와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해체 평가는 친이계의 ‘오더’가 덜 먹혔다는 것이고, 강화 평가는 친박계가 결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힘의 균형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미래 권력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친박계가 친이계의 독주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 사실”이라며 “입장이 달라졌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친박계가) 열린 마음으로 당했던 며느리의 심정으로 돌아가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되려는 마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면 계파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7·4 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에 계파 논쟁이 분분하다. 그러나 “‘친이계’는 소멸됐다”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반 만에 정권 창출 세력이 이렇게 소멸된 건 정당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자탄했다. 그러나 어느 처지에서든 주류와 비주류는 존재하는 법. 중심으로 들어선 ‘비주류의 새 한나라당’이 궁금해진다. /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