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종영한 KBS ‘동안미녀’에서 악녀를 열연한 김민서(27)가 눈에 독기를 쏙 뺐다.
환한 눈웃음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그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미움을 받아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 진짜 악녀는 따로 있어요
고졸 학력과 나이를 속이고 위장 취업한 소영(장나라)을 괴롭히는 여성 의류 회사 디자인 팀장 윤서를 연기했다. 학벌·외모·집안 모든 것을 갖췄지만 소영에게 사랑과 일에 위기감을 느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역이다.
“윤서야말로 가장 불쌍한 역이에요. 오히려 소영이가 못됐죠. 위장 취업해 윤서의 일과 사랑을 모두 뺏었잖아요. 소영이 때문에 회사도 흔들리죠. 또 안 한 듯하면서 두 남자 진욱(최다니엘)과 승일(류진)를 두고 어장 관리도 해요. 현장에서도 스태프들과 배우들끼리 최고의 악녀로 소영을 꼽고 ‘한 여자가 회사 하나를 풍비박산 낸다’고 농담하곤 했죠.”
진욱과 해피엔딩을 맞은 소영과 달리 팀장 자리와 승일의 사랑까지 잃은 윤서의 결말도 아쉬워했다. 윤서를 그런 모습으로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원했던 결말을 묻는 질문에 1년 뒤 윤서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 해피엔딩을 바랐다.
# 너무 친한 라이벌 ‘눈총’
드라마에서는 라이벌이었지만 실제로는 장나라와 친하다. 고된 촬영에 서로를 의지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죽일 듯 노려보다가도 카메라만 내려가면 수다를 떤다.
감독이 극 중 라이벌인 두 사람이 정답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니 떨어져 있으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나라 언니와 세 살 차이인데 정말 잘 해주셨어요. 많은 힘이 됐죠. 시청률도 언니 덕분에 잘 나온 것 같아요. 귀여운 언니가 동안 미녀를 열연했으니까요. 언니의 맨얼굴은 정말 풋풋해요.”
장나라에게 공을 돌렸지만 그 역시 신인임에도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장 배경·친구·의상·성격 등 윤서에 대한 해석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제출해 오디션을 볼 만큼 대단한 노력파다.
# ‘성스’ 동료들 성공 가도 ‘뿌듯’
이번 드라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그는 2008년 SBS ‘사랑해’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지난해 SBS ‘나쁜 남자’를 거쳐 KBS ‘성균관 스캔들’에서 남장여자 김윤희를 사랑하는 기생 초선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데뷔 후 승승장구했지만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데뷔 직후에 계속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저만 혼나는 기분도 들었어요. 성인 사춘기였죠. 그래서 혼자 인도 여행도 다녀오고 전국 팔도도 돌았는데 그때 답을 얻었어요. 힘들어도 연기를 계속해야겠다고요. 그 후부터는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 해요. 지금은 알아보는 분들도 조금 생겼죠.”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지금 다들 잘됐다며 기뻐했다. 박유천은 MBC ‘미스 리플리’, 박민영은 SBS ‘시티 헌터’의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감독도 ‘다들 시집 장가 잘 보낸 기분’이라며 뿌듯해 했다는 말을 전했다.
# ‘발연기’ 논란 없어 다행
다음 작품을 앞두고 더 고민이 많아졌다. 연기력 때문이다.
“사극에 출연했던 제가 현대극에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이번에 연기력 논란 없이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데, 그 전에 연기력부터 키우는 것이 우선이에요. 더 자연스러워진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더불어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연기자도 되고 싶다. 김태희 같은 완벽한 미소도 부럽지만 탕웨이 같은 신비한 미소가 더 탐이 난다며 미소 짓는 모습에서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