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국내 심산유곡이 알록달록한 텐트와 캠핑 차량으로 빼곡할 전망이다. 여권 대신 캠핑 가이드북을 들고, 영어 대신 사투리를 귀에 담으면서 여름 휴가를 보내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을 헤며 옥수수를 먹는 소박한 낭만은 덤으로 따라온다.
에펠탑과 천안문 광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대신 우리 산하를 밟으며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하는 국토순례가 트렌드가 됐다.
빠듯한 일정으로 비용대비 만족도가 낮은 해외 여행보다 테마별로 알차게 구성된 국내 여행을 선택한 결과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활성화된 측면도 보태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직장인 6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겠다는 응답이 90.4%로 집계됐다.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직장인은 81.2%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여행상품 지난달 판매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104% 증가했다. 이 같은 국내여행 수요에 맞춰 여행사들은 보령머드축제, 부여연꽃축제, 영동포도축제, 안동문화농촌체험 등 지역축제 및 지자체와 연계한 체험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중이다.
본격적인 휴가철과 맞물려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평창 효과’도 직장인의 발길을 국내로 붙든 계기가 됐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발표된 7일부터 13일까지 한 주간 평창 숙박 예약건수가 전주 대비 182%나 급증했다.
직장인 유성호(35)씨는 다음주 부모님, 아내, 두 아이와 함께 평창의 한 펜션에서 3박4일 동안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유씨는 “시설이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한데다 놀거리·먹을거리가 풍성해서 선택했다”며 “올림픽 개최가 확정됐기에 왠지 축제 분위기가 날것 같고, 가는 데마다 혜택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캠핑용품 매출 50% 급증
관련 상품도 특수를 타고 있다. 특히 캠핑용품은 날개돋친 듯 팔리는 중이다. 전국적인 캠핑 붐에 고물가 시대에서 휴가철 숙박비를 절약하려는 알뜰 캠핑족이 대거 늘어나며 캠핑용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올 상반기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늘었으며, 여름 바캉스철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증가해 6월 한 달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0%나 급증했다.
상반기 상품별 매출을 보면 텐트가 3억5000만원, 침낭이 2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03.4%, 60.5% 신장했다. 김성호 롯데마트 레저스포츠 담당 MD는 “최근 오토캠핑장 수가 두 배가량 늘어나고 캠핑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어 중저가의 실속형 캠핑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