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타 김무열(29)이 인생 2막을 열었다.
다음달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2일 LG아트센터 개막)과 영화 ‘최종병기 활’(11일 개봉)의 주인공으로 무대와 스크린을 동시에 접수한다. “한꺼번에 잘 되면 좋은 거겠죠”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1막
‘아가씨와 건달들’은 1929년 뉴욕을 배경으로 네 명의 청춘 남녀가 인생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를 유쾌하게 그려낸 브로드웨이작이다.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인 도박사지만 사랑에는 조심스러운 스카이를 맡아 또 한 번 티켓 파워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미 ‘광화문 연가’ ‘삼총사’ ‘쓰릴미’ 등에서 주연을 맡아 실력을 입증했지만, ‘아가씨와 건달들’의 주인공 스카이를 연기하는 감회는 남다르다. 몇 년 전 베니 역으로 출연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출연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어요. 조연으로 출발한 제가 몇 년 후 성공해 주인공으로 돌아와 기뻤죠. 물론 부담도 커요. 워낙 성공적이고 유명한 작품이라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1일부터 10일까지 공연했던 연극 ‘한 놈 두 놈 삑구 타고’를 하면서 이번 작품을 준비했기에 초창기의 기억이 더욱 짙게 파고들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동료 배우들과 2007년부터 5년째 사비를 털어 이 연극을 해오고 있다.
“누구나 무명 시절이 있잖아요. 저 역시 관객 두 명만 놓고 공연하던 때가 있었죠.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노래와 연기 레슨을 받을 돈이 없어 혼자 카세트를 틀어놓고 연습했어요.”
스무 살 때 대학로 선배가 “서른살까지 집에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없으면 그만두라”고 한 기억이 생생하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으로 무명 시절을 이겨낸 그는 이번 연극으로 곰팡이 나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며 다시금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2막
뮤지컬에선 정상이지만 영화배우로는 아직 신인이다. 2008년 SBS 드라마 ‘일지매’ 출연을 계기로 2009년 영화 ‘작전’의 주인공을 맡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11일 개봉될 ‘최종병기 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결혼 첫날밤 청나라 군사들에게 납치된 아내를 구출하는 서군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계획이다. 그러나 유명세를 얻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계에 진출한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승부욕이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에요. 부지런한 편은 아닌데 강한 질투와 열등감이 저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영화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뜨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화배우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탐이 나기 때문이에요.”
뮤지컬은 매력적인 배역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만약 다른 배우들이 맡았던 배역을 자신이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강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앞으로도 성공보다는 연기 욕심으로 살고 싶다.
“오히려 배우들의 성공 매뉴얼은 교묘하게 피해 가는 것 같아요. ‘작전’에 출연한 후로 작품들은 들어오는데 하고 싶은 배역들이 있어 성공 방식대로 가진 않아요. 그래서일까요. 2∼3년째 여전히 충무로의 블루칩과 유망주래요.”
영화배우로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멀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욕심나는 배역이 많아 보이는 김무열의 다양한 연기 변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