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더위에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더위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원한 강바람 찾는 ‘캠핑족’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엔 때 아닌 캠핑족이 등장했다. 퇴근 후 공원에 텐트를 친 직장인 현정완(43)씨는 한강에서 1박2일을 보내고 곧바로 회사로 출근한다. 현씨는 “강바람을 쐬면서 밤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불광천이나 양재천에도 열대야를 피해 나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청계천에는 발을 담근 채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백화점 찾는 ‘쇼핑형’
푹푹 찌는 야외 대신 냉방이 잘 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장을 보는 ‘쇼핑족’도 등장했다.
주부 최정여(43)씨는 매일 저녁 집 근처 할인마트를 찾는다. 특별히 살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둘러보며 더위도 식히고, 아이들과 푸드 코트에서 한 끼를 때운다. 최씨가 장을 볼 동안 중학생인 두 아들은 5층 책 코너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더위 동시에 잡는 ‘실속형’
일과 더위를 동시에 잡는 ‘실속형’도 눈길을 끈다. 직장인 전형석(29)씨는 요즘 야근을 도맡아 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다. 전씨는 “능률도 오르고, 집 안의 전기값도 아끼고 ‘1석2조’”라며 활짝 웃었다.
직장인 이현승(45)씨는 출근할 때 얼음주머니를 챙기고, 회사 지하 아케이드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등 하루 종일 건물 밖을 나가지 않는다.
◆영화 감상하며 ‘문화 바캉스’
극장도 열대야에 지친 도시민에게는 단골 피난처다. 이번 주에 휴가를 낸 직장인 이현민(33)씨는 이틀째 영화관에서 ‘문화 바캉스’를 즐기고 있다. 조조부터 심야영화까지 머물며 그동안 못 본 개봉작들을 섭렵했다. 서울 시내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더위가 시작되면서 평일 심야 시간에 관람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열치열 ‘정면돌파형’
덥다고 해서 마냥 시원한 곳만 찾는 것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더위를 즐기는 ‘정면돌파형’도 있다.
회사원 박선호(35)씨는 장마가 끝나자마자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땀을 흠뻑 흘리며 출근 후 샤워를 하면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고, 퇴근 후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공원으로 조깅을 나온 대학생 정지훈(22)씨는 “땀은 나지만 운동을 하니 오히려 개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