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과 외국산 조류가 애니메이션으로 맞붙는다. 과연 누가 이길까?
닭 청둥오리를 앞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과 앵무새를 내세운 ‘리오’가 이번주 정면승부에 돌입한다. ‘마당을…’은 국내 기술진의 노력으로 탄생했고, ‘리오’는 할리우드의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흥행 결과에 호기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공개될 ‘마당을…’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모험에 나선 암탉 잎싹과 어린 청둥오리 초록의 모험을 그린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동화가 원작이며, 제작 개시부터 개봉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해피엔딩으로 일관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달리,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이야기가 강점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 개성파 남녀 연기자들의 목소리 연기 역시 듣는 맛이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잘 알려진 명필름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오돌또기와 손잡고 기획과 제작을 맡아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새 바람을 불러올 전망이다.
하루 앞서 27일 관객들과 만날 ‘리오’는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컷 앵무새 블루가 짝을 찾아 떠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겪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3D로 담았다.
삼바 축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겁 많고 소심한 수컷과 호기심 강한 암컷 쥬엘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이며,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가 목소리로 호흡을 맞춘다. 한국어 더빙은 송중기와 박보영이 맡았는데, 아이젠버그와 해서웨이에 비해서는 내공이 살짝 떨어진다. ‘마당을…’처럼 자연을 보호하자는 주제 의식이 깔려있지만, 강한 오락성에 파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