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 연출에서 천재가 아니고서는 앞서 나온 장르의 ‘교과서’를 뛰어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많은 감독들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와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같은 걸작들을 분석하고 따라하는 데는, 어설픈 창조보다는 제대로 된 모방에 우선 충실하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최근 공개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을 보면서 ‘흉내내는 것도 정말 어렵구나’라는 것을 새삼 절실하게 느꼈다.
모든 장르의 기본 덕목인 감정의 ‘밀고 당기기’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자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욕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폭탄 배달을 강요당하는 오토바이위 두 남녀가 그렇다. 이들의 죽자 사자 달리는 모습만 지겹도록 쫓다 보면 정작 나중에 가서는 ‘근데 이 친구들이 왜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란 의문이 슬며시 든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같은 장르의 ‘교범’이나 다름없는 ‘스피드’만 끈질기게 파고들었어도 해결이 가능했을 듯싶다.
이 원칙은 사람뿐만 아니라 괴물에게도 적용된다. 무시무시한 바닷속 돌연변이 생물체가 사람들을 습격할 때는 번식을 노리는 ‘에이리언’의 괴수처럼 뭐가 됐든 원하는 게 있어야 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
물론 용기있는 시도까지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도로 액션물과 3D 괴수 액션물의 불모지인 한국 영화계에서 ‘맨 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덤벼든 제작자와 연출자의 도전 의식은 높이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두 편의 영화가 비슷한 장르를 꿈꾸는 영화인들에게 좋은 선례가 아닌 ‘반면교사’로 남을 것같아 안타까워지는 마음은 지우기 어렵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