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이(34)가 4년 만에 일곱 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13년째 활동하며 굴곡진 시간을 보낸 그는 따뜻한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로 이제 자신의 얘기를 노래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벌써 13년…'역시 제이'이길
‘4년만’이라는 수식어를 외부에서 달아주기 전까지는 이렇게 빠른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했다. 공백이 길어질 수록 새 앨범 내기가 더 힘들어지겠다는 것도 주위 사람들의 얘기일 뿐, 정작 본인은 쉽게 7집 ‘슈퍼스타’를 만들어 갔다.
“따뜻한 음악을 하겠다는 전제 아래 일렉트릭, 펑키, 팝록, 발라드, 미디엄템포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어요. 그러면서 제 목소리는 살려서 ‘역시 제이’라는 오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죠.”
13년간 꾸준히 곡을 써 온 그에게 이번 앨범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방향을 제시해준 결과물이다. 처음으로 타이틀곡을 직접 쓴 그는 “내가 쓰니 내 목소리를 잘 알고 앨범의 색깔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정재영(본명)이라는 사람이 사랑할 때 어떤 여자일까 생각해 봤어요. 늘 평범한 사람과 사랑해온 경험을 떠올려, 평범해도 ‘당신은 나의 슈퍼스타’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에요.”
“나의 경험과 바람을 담는다”는 말처럼 그의 솔직함이 눈에 띄는 곡은 ‘러브 파트2’다. 이번 앨범의 유일한 이별 노래로 그의 표현대로라면 “진짜 골 때리는 100% 리얼 스토리”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스페셜 앨범 수록곡 ‘러브 파트1’의 주인공이에요. 그때는 너무나 달콤한 사랑의 주인공이 1년 사이에 정반대의 입장이 된 거죠. 2년쯤 사귀다 지난해 12월 헤어졌어요. 한없이 사랑을 받던 내가 이렇게 뻔뻔한 가사를 쓴다는 것, 인생이 참 재미있지 않나요.”
데뷔 당시 '여자 유승준'
1998년 데뷔한 그는 같은 소속사에 몸담았던 유승준이 먼저 인기를 얻으면서 ‘여자 유승준’으로 만들어진 가수였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악화하면서 하릴없이 방치됐고, 힘든 환경에서 혼자 조용히 준비한 2집은 ‘어제처럼’으로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한국말도 잘 모른 채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는데 돌아보면 그때 경험이 큰 재산이 됐어요. 어린 나이에 한 번에 잘됐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던 시간이 있어서 지금 고생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2집 성공 이후 내리막을 걷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3집 때부터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인기라는 건 이처럼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던 시기였지만 그러면서 음악을 정말 좋아서 한다는 신념을 더 굳게 가지게 됐어요. 또 내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었고요.”
햄버거 가게 부업 '보람'
지난 4년간 공백을 느낄 새 없이 바쁘게 지낸 이유는 영어 라디오 방송 TBS eFM ‘뮤직 플레닛’ 진행과 함께 수제 햄버거 가게를 열고 사업가로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로 경희궁길 입구에 들어선 카페 아토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소품이나 디테일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며 어엿한 사업가로서 눈썰미를 보였다.
“엄마가 1981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신 적이 있어요. 일산에 가족들이 편안하게 와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열고 싶다고 하셔서 제이스 버거라는 이름의 가게를 냈죠.”
70년대 록밴드 히식스의 멤버로 활동한 아버지 정희택씨도 최근 미국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돌아와 가게 일을 돕고 있다며 “주방 일, 요리, 홀서빙, 청소, 라이브 공연까지 안 하는 게 없다”며 “가족이 모여 행복을 판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