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을 지닌 의적 황진주로 나온다. 실감나는 연기로 시청자들로부터 ‘한국의 장쯔이’로 극찬받는 그에게 뛰어난 액션 연기의 수칙을 물었다.
# 첫번째 : 다치지 말자
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한다. 액션은 애드리브가 없다는 신조로 다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한다. 액션 여배우들이 드물었던 2004년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를 시작으로 이듬해 ‘무영검’에 잇따라 출연하며 터득한 노하우다.
“철저한 사전 리허설이 필요해요. 거리 계산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무기가 상대 배우를 상처입힐 수 있으니까요. 가짜 무기라도 날이 서 있어 위험하죠. 또 촬영 전에 누군가 장난치면 꼭 다쳐서 긴장도 늦추면 안돼요.”
‘무영검’에서 다쳤던 경험이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당시 날아오는 화살이 입술을 관통해 지금도 상처가 살짝 남아있다.
“이번에 어머니가 출연을 말릴 만큼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저 역시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출연을 앞두고 무서웠죠.”
그럼에도 출연한 이유는 배역이 탐나서다. 데뷔 후 줄곧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해온 터라, 처음으로 제의받은 밝은 성격의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액션때문에 출연한줄 아는데 밝은 캐릭터때문이에요. 출연을 결정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액션의 비중이 높지 않았죠. 제가 캐스팅됐더니 작가님이 액션 비중을 늘리시더라고요.”
변신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체중이 3kg나 빠졌다. 볼살도 쏙 들어가 화면에 광대가 두드러지게 나온다고 볼멘 소리다.
# 두번째 : 이겨야 한다
처음엔 변신 욕심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실감나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검술·활쏘기·승마 등 다양한 액션을 실전처럼 소화하냈다.
“보통 여배우들이 칼을 쥐면 움찔해요. 저도 처음엔 그랬지만, 그래선 안 돼요. 실제로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두려움없이 칼을 휘두를 수 있죠. 그러나 저도 활쏘기는 처음이라 포즈만 특등사수죠.”
대역도 거의 쓰지 않는 편이다. 전에 액션을 해본 경험이 있어 웬만하면 스스로 하는 탓에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
“멍이 많이 들었어요. 또 돌이 많은 산을 주로 달리다보니 발에 무리가 가 인대가 늘어났죠. 다른 배우들도 다 마찬가지라 저만 힘들다고 말할 수 없어요. 오히려 가장 힘든 것은 더위죠.”
실제 성격도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같은 면이 있다.
“홀어머니 아래 자라 조심스러움도 많지만 자립심도 강한 것 같아요. ‘깡다구’가 있다고 할까요. 배우로 살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또래보다는 오래 버틸 자신이 있어요.”
# 세번째 :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예뻐보이는 것도 포기한다. 극 중 최대한 예쁘게 단장하고 나오는 유지선 역의 신현빈과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누더기같은 의상을 입고 나온다. 유지선을 좋아하는 백동수(지창욱)를 짝사랑하는 처지다.
“여배우들은 대부분 얼굴이 망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예쁜 표정을 지으면서는 절대 액션을 할 수 없어요. 자연스레 찡그려지기 마련이죠. 저는 처녀작이 액션이라 그런 벽은 없어요.”
한 때 액션 여배우로 굳혀진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한동안 드라마 ‘굿바이 솔로’의 미술가, ‘유리의 성’의 아나운서처럼 정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7~8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어요. 액션 여배우라는 센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내 입지를 굳혀놓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변화를 준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잘하는 것으로 돌아왔죠.”
이런 이미지 탓에 남성팬에게 ‘예쁘다’가 아닌 여성팬에게 ‘멋있다’는 말을 주로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술담배도 전혀 못하고 꽃꽂이를 즐기는 천상 여자같은 면도 있다.
“연예인치고는 고지식한 편이에요. 비키니 한 번 안 입어봤고 연예인도 부담스러워요. 데뷔 전부터 친했던 한지민·채정안 언니 빼고는 제게 다 연예인이에요. 꽃꽂이는 정안 언니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3년 반이 됐죠.”
카메라 뒤에서는 꽃꽂이를 할지언정 슛이 들어가면 누구보다 뛰어난 액션을 펼친다. 여성스럽지는 않아도 앤절리나 졸리처럼 중성적이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