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영 맨’들이 지구촌 곳곳을 분노의 몸짓으로 채우고 있다.
실업과 빈곤으로 고통받던 청년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세를 결집한 뒤 억눌린 불만과 좌절을 폭력적인 형태로 표출하고 있어 안타까움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들의 대규모 시위는 재정위기와 20~3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의 유럽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폭동사태는 버밍엄, 리버풀, 브리스톨에 이어 9일에는 맨체스터, 노팅힐 등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재정 적자와 경제불황, 높은 실업률로 타격을 입은 젊은이들이 무차별적 폭력 행위로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점 악화일로를 걸어 지난 5월 현재 16∼24세의 실업률은 20.4%에 이르렀다.
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9일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1만명이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6일부터 31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집값 폭등과 물가 상승을 항의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지난 6월 초부터 정부의 긴축재정과 연금개혁을 항의하는 젊은층의 대규모 폭동과 시위가 발생했다. ‘분노한 사람들’로 불리는 스페인 시위대는 6월 마드리드 중심가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 1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치인·은행가의 부패로 초래된 금융위기가 일반인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앞서 지난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약 20만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경제파탄을 초래한 집권 사회당과 기득권 세력을 성토했다.
◆등록금·실업률 등 국내도 불안
국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살인적인 등록금과 청년 실업문제 등으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지난 5~6월 전국을 달궜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은 반값 등록금 실현 분위기를 재조성하기 위해 15일 대규모 국민촛불대회, 9월 중 동맹휴업과 거리수업 등을 전개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3%로 낮은 편이라지만 취업 포기자나 군 입대자, 재학생, 취업재수생 등을 빼고 집계한 결과일 뿐이다. 실제 취업자 비율인 청년고용률은 4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저 수준이다.
또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대학생 5만여 명이 대부업체에 800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드러났을 만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고리채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의 불만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전 세계의 경제위기가 실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시위를 확산시켰다”며 “고용시장이 회복되려면 정부의 역할보다는 민간 및 기업들의 지원이 절실하고, 더불어 신흥국가들의 성장세가 높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