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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태권브이와 디즈니 꺾고 100만 흥행, 암탉은 대견한 자식

국산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의 심재명 오성윤 대표

토종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하 ‘암탉’)이 올 여름 쟁쟁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의미있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탉’은 상영 보름만에 전국에서 100만2238명을 불러모아, ‘로보트 태권브이’의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72만명을 갈아치운데 이어 또 하나의 쾌거를 일궈냈다. 주인공 잎싹과 초록의 ‘부모’나 다름없는 공동 제작자 심재명(48) 명필름 대표와 오성윤(48) 오돌또기 대표 겸 감독은 100만 고지를 돌파한 10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명필름 사무실에서 “나이어린 자식이 덩치 큰 어른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같아 흐뭇하다”며 나란히 함박웃음을 지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우선 100만 돌파를 축하한다.

심재명(이하 심) : 손익분기점인 전국관객 150만명이 1차 목표이므로, 이제 3분의 2 지점을 넘어선 셈이다. 솔직히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로 관객들이 많이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

오성윤(이하 오) : 비슷한 시기에 디즈니/픽사의 ‘카 2’와 ‘아이스 에이지’ 제작진의 ‘리오’가 있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의 신작들이 즐비했는데 ‘암탉’이 해냈다. 정말 뿌듯하다.

- 성공 요인은?

오 : 우리 정서에 호소한 게 먹혔다. 여름 시즌의 블록버스터용으로 만들지 않는 대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한 게 장점이었다. 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지닌, 흔치 않은 애니메이션이란 점에서 차별화된 것같다. 아 참, 기획부터 개봉까지 탁월한 노하우를 발휘한 명필름이 파트너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심 : 에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시라. 하하하.

-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

심 :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나치게 감독 위주로만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전체 제작 공정을 아우를 수 있는 경험많고 유능한 프로듀서가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유능한 프로듀서란 얘기는 아니다. 하하하. 그런 점에서 명필름과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인 오돌또기의 만남은 의미있는 사례로 남으리라 본다.

오 :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착 달라붙지 않고, 상대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오히려 적당한 간격의 파트너십을 유지한 게 성공의 비결이다. 요즘 동료 애니메이션 감독들로부터 “너희 협업 방식을 가르쳐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 6년이란 제작 기간동안 고비가 있었을 것같다.

심 : 제작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비였을 것이다.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나서주지 않았을 때와 개봉이 두 번이나 미뤄졌을 때가 다소 힘들었다. 원래 2년전에 선보이려 했었다. 제작비가 25억원에서 31억원으로 올라갈 때도 어려웠다.

오 : 동영상 콘티 제작에만 1년반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결과가 흡족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접으려 했다.

- 최근 유행인 3D 제작 제의는 없었나?

오 : 영화속 대자연을 3D로 담아내면 오히려 그 느낌이 반감될 것같았다. 친환경으로 유명한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2D를 고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3D로 만들어낸 세계는 가상의 공간같은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심 : 3D 변환 제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류에 편승하면 6년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과감히 거부했다.

- 문소리 최민식 박철민의 목소리 열연도 인상적이다.

심 : 형편없이 적은 개런티에도 최선을 다해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기러기 나그네 역의 최민식 씨는 처음 녹음하던 날의 감동을 잊기 어렵다. 오래전 드라마 ‘야망의 세월’과 ‘서울의 달’에서의 젊고 패기있는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오 : 암탉 잎싹 역의 문소리 씨는 다른 애니메이션 더빙 기간보다 두 세배 정도 긴 일주일동안 녹음을 마친 뒤 “단편영화 한 편 찍은 느낌”이라며 과로를 호소해 모두가 웃었다.

- 프랜차이즈 상품 출시 여부 등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심 : 문구류와 앱북이 이미 출시됐고, 봉제 인형같은 상품도 논의중이다. 일단 전국 관객 150만명을 넘어서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이 성공했다고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전체 지형도가 바뀌진 않으리라 본다. 그러나 좋은 사례로 남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오 : 벌써 속편 얘기를 듣고 있다. ‘마당을 나온 수탉’ 내지는 ‘기러기의 역습’이 어떠냐고 주위에서 농담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속편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서다. 또 6년동안 닭과 기러기만 붙들고 살다 보니 조류가 다소 지겨운 게 사실이다. 다음 번에는 무조건 포유류나 양서류로 갈 생각이다. 허허허. 사진/조혜선(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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