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스파이 명월’이 주인공 한예슬의 촬영 거부로 방송 중단의 위기에 처하는 사상 초유의 불상사를 겪게 됐다.
이 드라마는 한예슬이 14~15일 촬영에 나서지 않으면서 15일 방송 예정이었던 11회 대신 하이라이트 장면만 추린 스페셜로 편성이 바뀌었다.
15일 오전까지 KBS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16일에는 다른 출연진의 촬영 분량을 모아 정상적으로 방송할 것이다. 당사자가 촬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외주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이 계속 설득중”이라고 애써 낙관했지만, 제작진의 기대와 달리 이날 오후 그가 돌연 미국으로 떠나버렸다는 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영어 이름인 레슬리 김으로 항공권을 구입한 뒤 국내 항공편을 이용해 LA로 출국했다는 목격담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14일 밤부터 마라톤 회의와 설득을 병행했던 KBS와 이김프로덕션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김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업무 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데 이어, KBS 측은 “소속사가 (한예슬이) 아직 국내에 있다고 제작사에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만약 촬영장에 돌아오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어 이대로 종영하든지 배우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 강우(에릭)을 납치하기 위해 남파된 북한 간첩 명월로 출연중인 한예슬은 방송이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건강상의 문제와 빡빡한 촬영 일정을 이유삼아 제작진에게 자주 불만을 드러내고 지각을 일삼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는 13일 촬영장에서 연출자인 황인혁 PD와 거친 언쟁을 벌인데 이어,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며 촬영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함께 출연중인 한 중견 연기자는 “무슨 이유에서든 연기자가 자주 지각한 것으로도 모자라 (촬영을) 아예 펑크내고 방영을 중단시키는 행동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